오는 4월 열리는 서울모터쇼에 8개 자동차 업체들이 불참을 결정하면서 말들이 많다. 국내 판매 선두권인 BMW의 참가 취소에 대해선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한국에서 돈 벌 때는 언제고 형편이 조금 어려워졌다고 한국을 무시한다는 이유에서다. 누리꾼들은 불참 8개사 대부분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상하이모터쇼에는 나간다는 점을 들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내에 들어온 수입차 브랜드 중 절반에 가까운 이들 업체의 불참 결정을 어떻게 봐야 할까. 세 가지 관점에서 이해하고 싶다. 먼저 언론과 누리꾼들의 지적대로 한국 시장을 우습게 안 결과다. 이들 업체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도 된다. 마지막으로는 서울모터쇼가 이유야 어떻든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다. 각각의 관점은 그러나 묘하게 엮여 있어 재미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미국에서 열리는 북미국제오토쇼도 세계적인 불황을 비켜 갈 수 없었다. 닛산이 불참하고 상당수 업체들이 규모를 축소했다. 세계 3대 모터쇼 중 하나이면서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매년 새해를 여는 행사가 이럴진대 서울모터쇼가 온전히 열리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일지 모른다.

마른 수건도 짜야 하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장소에서 열리는 모터쇼 중 하나를 포기하고 싶은 충동이 생길 만하다. 그렇다면 그들의 선택은 당연히 황금시장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터쇼는 단순히 차를 팔거나 기술을 소개하는 장을 넘어 어려운 경제위기 속에서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꿈을 심어주고 시장에 대한 브랜드의 관심을 보여주는 무대여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서울모터쇼 불참 업체들은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하루 이틀 차 팔다 떠날 게 아니라면 더욱 그렇다.

지난해 중반부터 모 업체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한다거나 수입업무를 중단하고 회사만 근근히 유지할 것이라는 등의 유언비어가 떠돌았다. 최근에는 어떤 브랜드의 대형 딜러 누구 누구가 사업권을 반납할 것이란 소문이 구체적인 업체명과 함께 나돌아 충격을 줬다. 판촉비용 축소는 기본이고 감원까지 실시해야 한다면 20여억원을 들여 서울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은 사치일 수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시장을 우습게 본 게 아니라 서울모터쇼를 '별 것 아닌 행사'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높다. 서울모터쇼는 한국에서 열리는 잔치임에도 국산차업계가 준비한 컨셉트카나 신차가 드물었고 외국 자동차업계 최고경영자(CEO) 등의 방한도 드물었다. 모터쇼는 컨셉트카나 신차 출시,VIP 참석 등 두 가지 요소에 따라 가치가 매겨진다.

1차적인 책임은 주최 측과 국산차업계에 있다. 국내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눈 가리고 아웅하자'거나 참가업체 수나 관람객 숫자를 어느 정도 맞추면 성공한 모터쇼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 서울모터쇼 때 만난 한 외국 자동차 기자는 "판매 중인 차들을 모아 놓은 이런 행사를 왜 하느냐"고 질문했는데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세계적인 모터쇼로 자리매김하려면 시행착오 과정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다. 누가 그 과정을 단축하느냐에 따라 세계 5대 모터쇼 포함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올해 행사가 중요하다. 이제라도 주최 측은 참가비를 원가 수준으로 대폭 낮춰 많은 업체들이 참가하도록 유도해야 하고,불참업체들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동참해야 한다. 그것이 한국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예의다.



오토타임즈 대표 ssyang@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