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부실이 가중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이달 분수령을 맞는다.

1일 금융당국과 금융계 등에 따르면 건설.조선업체들은 이르면 이달 중에 구조조정 대상 여부가 확정돼 70∼80개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퇴출당할 위기에 놓였다.

워크아웃을 신청한 C&중공업과 일부 자동차업체들의 회생 여부도 이달에 가려질 전망이다.

매각을 통해 새 주인을 찾기로 했던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일렉트로넥스(옛 대우전자) 등 일부 기업의 인수.합병(M&A) 향방도 이달 결정되며 매각이 무산된 쌍용건설 등 일부 기업의 M&A는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 부실 조선.건설사 생사 갈림길

조선.건설업체들은 새해 벽두부터 죽느냐, 사느냐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당국 주도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는 연말에 조선.건설 구조조정을 위한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마련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신용위험 평가 대상 기업 수가 건설은 300여 개, 조선은 50여 개로 당초 예상의 2배에 이를 전망이다.

이 중 부채비율 300% 이상인 건설사들은 최종 구조조정 대상에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선사의 신용위험 평가 대상은 주채권은행의 신용공여액이 50억 원 이상이거나 전체 금융권 대출이 500억 원 이상인 회사로 선수금 환급보증서(RG) 미발급률 증가, 손실 급증 등으로 경영 애로가 있는 곳들이 해당된다.

세부적으로는 수주잔고 대비 RG 발급률이 가장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되며 이외 차입금 의존도, 선박건조 경험, 수주잔고, 건조설비 완료 여부, 연체 발생 이력 등의 평가 지표를 통해 위험도가 매겨진다.

건설사는 부채비율, 차입금의존도, 수주잔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우발채무 위험 등을 평가해 구조조정 대상이 확정된다.

특히 가중치가 가장 높은 부채비율은 300% 이상이면 최하점을 받게 된다.

금융 및 증권업계는 당초 150여 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부채비율이 300% 이상인 건설사 수를 10여 개로 추정한 바 있다.

조선사의 경우 세계 수주 순위 상위 10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005년 이후 신설된 조선사 6곳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당국은 또 1월 중에 조선사, 2월 중에 건설사에 대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최종 확정짓고 이후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신용위험 평가 기준을 확대 적용한다는 구상이어서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식경제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해 기업 구조조정의 큰 틀을 마련하고 산업별 기업 구조조정 계획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워크아웃(채권단 공동관리)에 돌입한 C&중공업과 자금난에 처한 쌍용자동차도 이달 중에 중대 기로에 서게 될 전망이다.

C&중공업의 경우 채권단이 지난 연말 워크아웃을 개시하고도 자금지원 배분에 대한 이견으로 한 달째 실사조차 못했다.

채권액 비중이 51.5%인 메리츠화재는 실사 결과 회생 불가로 결정 나면 지원 대출액을 순채권 비율로 계산해 정산하자고 제안한 반면 채권은행들은 최대 채권금융기관인 메리츠화재가 발을 빼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쌍용차 역시 1월 중순까지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주거래은행인 산업은행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은 쌍용차에 구조조정 방안을 요구하고 대주주인 상하이차에 기술료(1천200억 원) 지급과 2개 은행 크레디트라인(2천억 원)에 대한 보증을 선지원하라고 제시했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GM대우는 아직 국내 은행들에 공식적으로 손을 내밀지는 않았지만 국내 금융권에 설정한 신디케이트론이 5천억~6천억 원 정도여서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다만 미국 정부가 GM의 할부금융 자회사인 GMAC에 직접 지원키로 함에 따라 그룹 전반의 영업이 활기를 찾을지가 변수다.

한 채권은행 고위 관계자는 "1~2월 중에 은행들이 자본을 확충하면 자동차업체들에도 자금이 흘러갈 수 있으나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M&A 한파… 매각작업 '올스톱'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위기로 인수.합병(M&A)시장도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작년에 매각 완료가 기대됐던 대우조선해양과 쌍용건설, 대우일렉트로닉스 등의 매각 문제가 해를 넘겼고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산업은행은 한화컨소시엄 측과 대우조선해양 매각 본계약 체결 시한을 1월 말까지 1개월 연장했다.

산은과 한화 측 실무 협상단이 1월 초에 만나 양측의 요구 사항을 놓고 협의키로 했으나 한화가 인수가격 인하나 잔금 분할 납입 등을 요구하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산은은 "특혜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매각 가격을 깎아주는 것은 물론 산은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거나 인수금융을 직접 지원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한화측이 대우조선 인수 의지가 확고하다면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본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으나 그렇지 않다면 본계약 체결이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계는 매각 무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3년째 새 주인을 찾지 못한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운명도 이달 결정될 예정이다.

채권단은 차순위 협상자인 리플우드가 연말까지 가격 조정안 등에 답을 주지 않아 조만간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러시아의 디질런트 컨소시엄과의 협상이나 자체적인 자구안 마련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최악의 경우 워크아웃을 중단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작년 말 쌍용건설 인수자로 나선 동국제강의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해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하지만, 입찰 시기는 좀 더 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2009년 이후 매각키로 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의 경우도 시장 부진 여파로 당분간 매각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