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고강도 비상경영에 나서게 된 것은 주력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재고 채권 등 부실 요인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종용 부회장은 "1997년 IMF시절로 되돌아 갈 수도 있는 위기"라고 최근의 상황을 진단했다. 윤 부회장은 또 "신발이 작아지면 신발을 찢어 늘리려 하지말고 발을 줄여서라도 신발에 맞춰야 살아남는다"고 말해 구조조정의 강도를 우회적으로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을 공식화한 것으로 경제여건이 당초 예상했던 이상으로 훨씬 나빠졌다는 점을 반영한다. 국내최대기업인 삼성은 그동안 이라크전쟁과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북핵문제 등 잇딴 악재에도 불구하고 대외적인 신인도하락과 국내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비상경영이라는 말을 아껴왔다. 내수경기침체와 투자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지난달 중반에 있었던 1.4분기 실적 설명회에서는 올해 설비투자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6조원에서 6조7천8백억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우려되는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자 본격적인 구조조정과 비상경영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징후 현실화 윤 부회장은 이라크 전쟁이 끝났지만 사스의 확산,북핵문제등으로 경영여건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세계경제도 단기적으로는 회복여건이 매우 불투명하다고 평가했다. 매출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는 사스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한 상태가 한 달 이상 지속되고 있다. 최근 돌발한 화물연대의 파업은 수출차질로 이어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주말부터 컨테이너의 선적이 지연되기 시작해 이번주에 피해가 본격적인 나타나게 된다. 파업이 해결되더라도 물류비용의 대폭적인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특히 노조와의 마찰이 각 분야로 확산되는 경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달 실적이 목표에 미달한데다 점점 더 악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휴대폰 반도체 등 주력제품에서도 부진한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휴대폰의 경우 중국시장 침체 등으로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램도 PC시장 회복이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있어 가격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 TFT-LCD의 경우 주요업체들이 차세대 설비로 양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해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하반기이후 IT경기호전을 기대하는 소리도 있지만 잇따른 악재에 묻혀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초고강도 구조조정 IMF체제였던 지난 98년에 버금가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이 강조했던 미래에 대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까지 재검토대상에 올려놓았다. 삼성전자는 우선 지난해 40조5천억원보다 소폭 늘리려던 매출액을 낮춰잡고 순이익 목표도 상당폭 줄일 전망이다. 올해 6조7천8백억원으로 잡은 설비투자의 경우 메모리와 LCD 등 핵심분야를 제외한 분야는 대대적인 손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경비절감은 접대비를 비롯한 일반경비는 물론 마케팅비와 연구개발비도 재검토 대상에 올려놓기로 했다. 특히 고급유흥주점을 이용하거나 2차 회식을 하는 경우 관련자를 문책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