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한길로..' 최근 코스닥시장의 붕괴와 적대적 인수합병, 실적부진 등에 따른 경영권 분쟁으로 벤처의 최고경영자(CEO)가 수시로 교체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10년 이상 굳건히 CEO직을 수행하고 있는 40대 장수CEO들이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대 후반~30대초반 창업한 뒤 코스닥 열풍 시기에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쳐 현금을 확보한 후 벤처 거품이 꺼진 뒤에도 견실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이들 장수 CEO는 코스닥 등록 후에도 자신의 지분을 거의 매도하지 않고 10~40% 대의 개인지분을 보유, 경영권을 외부 투자세력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그룹웨어 개발사인 한국정보공학[39740]의 유용석(45) 사장은 서울대 공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경영과학공학 석사과정을 밟아 삼성전자, 서울시스템을 거쳐 지난 90년 12월 한국정보공학을 설립했다. 한국정보공학은 현재 전국 8천여개 초.중.고교 생활기록부와 성적기록표를 전산화한 종합정보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교육인적자원부에 납품하는 등 2천여개 공공기관에 정보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 120여명인 이 회사는 2001년 매출 195억원에 순이익 23억원을 기록, 최근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터보테크[32420]의 장흥순(43) 사장도 자신이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의 동료 5명과 지난 88년 터보테크를 설립, 컴퓨터 수치제어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98년 국내 벤처기업 CEO로는 처음으로 세계경제포럼의 차세대리더 100인에 뽑히기도 했다. 5명이던 이 회사의 직원은 현재 170명으로 불어났고 매출규모도 500억원에 육박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1세대 벤처로 꼽힌다. 한국정보공학과 함께 그룹웨어 시장의 선두를 다투고 있는 핸디소프트[32380]의안영경(46) 사장도 12년째 CEO를 맡고 있는 장수CEO다. 안 사장은 숭실대와 KAIST를 졸업하고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전산부장을 거쳐지난 91년 핸디소프트를 설립, 국내 최초의 그룹웨어인 핸디오피스를 개발하면서 국내 그룹웨어 시장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셋톱박스 시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휴맥스[28080]의 변대규(43) 사장역시 14년의 CEO 경력을 갖고 있다. 변사장은 지난 89년 서울대 제어계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뒤 실험실에서함께 연구하던 동료 및 후배 6명과 '자동화기기 영상감지 시스템'을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 변사장은 17일 "그저 책상물림들이 좌충우돌 부딪히며 `몸팔아서' 사업을 벌였다"며 "판로가 부족해 망하는 줄 알았다"고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그는 또 `공대출신 사업가는 한계가 있다'라는 편견이 싫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에 경영학을 독학하기도 했다. 휴맥스는 지난해 매출 3천575억원에 영업이익 992억원의 실적을 올려 이제 `벤처'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너무 큰 규모로 성장했다. 이밖에 자신이 창업한 벤처에서 10년 이상 CEO를 맡고 있는 벤처 1세대로는 비트컴퓨터[32850]의 조현정 사장(46. 83년창업), 로커스[34600]의 김형순(42. 90년창업), 퓨처시스템[39860]의 김광태(44. 87년창업) 사장 등이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기자 hskang@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