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관두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무지 알수가 없네요" 전남 신한군 팔군면에 사는 최용수씨(49)는 최근 정부가 마늘 수입자유화를 둘러싸고 보인 상반된 정책에 2천4백평 규모로 재배하고 있는 마늘 농사를 어쩔지 고민이다. 최씨는 지난 5월 농협관계자로부터 내년부터 수입이 자유화돼 시장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충고를 듣고 고추 등으로 업종 전환을 해야 하는지 심각히 고민해 왔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정부가 마늘산업의 경쟁력 제고 및 국내 마늘시장 안정을 위해 5년간 1조8천억원을 투입하겠다는 발표를 듣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해 온게 농사밖에 없는데 무슨 다른 일을 하겠냐"며 "마침 정부가 마늘 물량을 당분간 사주겠다니 다행이지만 이 약속을 정부가 언제까지 지킬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임기응변적 농업 대책이 농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말로는 시장원리를 얘기하지만 정작 나오는 정책은 정치논리에 밀려 정반대로 나가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마늘 대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지난 2000년 중국과 마늘 분쟁을 타결지으면서 2003년부터 세이프가드의 연장이 어렵다는 점을 빤히 알면서도 농민들에게 이를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다. 단돈 1천5백만달러에 불과한 마늘산업을 위해 연간 1백억달러의 흑자를 포기할 수 없다는 경제적 실리를 챙겼음에도 국내 정치적인 분위기를 간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농림부는 지난 5월 기획예산처에 내년도 마늘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지원금을 올해 수준과 동일한 금액을 요구,농림부가 마늘시장 개방과 관련해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뒤늦게 발표된 마늘대책도 마찬가지다. 전체 마늘 보조금중 70%에 가까운 1조2천5백25억원이라는 자금이 마늘가격을 직·간접적으로 떠받치는데 사용됐다. 나머지 자금은 마늘의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해 종자교체 생산기계화 생산계열화 생산기반 조성사업 등에 투입되다. 하지만 중국산 현지 도매가격은 1백62원으로 국내산 마늘의 10%수준이다. 중국산 마늘과 경쟁할수 있도록 마늘산업 경쟁력을 키운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연구위원은 "농림부가 이번 대책을 통해 농가를 안전하게 육성할 수 있게 됐다는 것처럼 발표했지만 과연 실현가능한 약속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무리하게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냉정히 알리고 그에따른 대책을 세우는게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종자를 개량하고 생산시설을 기계화한다고 하더라도 낮은 인건비 등을 바탕으로 턱없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산 마늘을 이긴다는 것은 어렵다"며 "구조조정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