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론 스캔들을 계기로 미국에서 급부상한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6개월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가 크게는 자본주의 자체에 대한 도전일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제도를 손질하는 것을 넘어선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리처드 카바나 회장은 "기업에 대한 신뢰가 지난 191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기업신뢰 추락 이유에 대한 분석은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지난 90년대의 하이테크 붐이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것이 왜곡된 경영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견해도 있다. 그런가하면 회계감사인들이 경영을 감시해야 하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기업에 대한 일반 대중의 신뢰를 실추시킨 것은 엔론 사태 뿐만이 아니다. 아서앤더슨의 엔론 스캔들 은폐, 타이코사 전회장의 탈세 혐의, 주식투자 왜곡으로 인한메릴 린치의 1억달러 벌금형, 내부거래 및 가격주작 혐의에 대한 미 당국의 잇단 조사 착수 등 악재가 속속 발생했다. 미 최대 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은 "엔론 스캔들부터 메릴 린치건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무책임성에 대한 일반 대중의 환멸이 극에 달했다"면서 "뭔가 조치를 취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AG 에드워즈의 알프레드 골드먼 시장수석분석가도 "거의 매일 기업의 어두운 면을 꼬집는 뉴스가 나온다"면서 "사람들이 주식을 산다는 것은 해당 기업의 '개념'에투자하는 것인데 이것을 신뢰할 수 없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지금 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 전체가 매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 경제의 장래에도 도전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웰스파고 은행의 한국계 손성원 부행장도 "기업신뢰 추락으로 인한 증시 동요와 투자 위축이 결국 소비와 기업투자 감소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면서 "이는 경기 회복에 심각한 위협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컨퍼런스보드를 비롯해 또다른 민간경제기구인 재계원탁회의 등이 특위를 구성하는가 하면 조지 W 부시 미행정부가 잇단 경제개혁 방안을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 의회 역시 이 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컨퍼런스 보드의 특위를 책임지고 있는 피터 피터슨과 존 스노는 "문제가 단순한 기업윤리 차원만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것"이라면서 "기업경영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때문에 투자자와 근로자, 그리고 더 나가서는 일반 대중이 기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업 투명성 문제에 사람들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드로자 연구원은 "주식 브로커 모두가 잘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도매금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베트남전과 워터게이트 스캔들도 있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지금이 이런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일종의 `자정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폴 오닐 미 재무장관도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것이 물론 중요하다"면서 그러나 "이 때문에 자유기업 원칙 자체가 손상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