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한때 달러당 1백24엔을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23일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백24.08엔을 기록,전날 종가(1백23.20엔)보다 0.88엔 떨어졌다. 이는 엔화가 달러당 124.25엔까지 내려갔던 지난 8월2일 이후 약 3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엔화는 9·11 테러 직후에는 1백15엔선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날 엔화 가치가 떨어진 것은 일본정부가 경기침체 하에 물가가 떨어지는 디플레이션국면에서 탈피할 목적으로 엔저 유도에 나설 뜻을 밝히고,미국정부도 이를 용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전날 엔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미국 국채 등 해외채권을 매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미국 재무부의 고위 관리는 "일본정부의 엔저정책을 수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해외채권을 사려면 엔화를 팔아야 하기 때문에 엔화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엔화가 조만간 1백25엔선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저 유도는 금융완화 정책만으로는 경기회복에 한계를 느낀 일본 정부가 수출촉진을 통해 불황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해석된다. 또 엔저는 수입물가를 올려 물가하락과 경기위축이 맞물리는 악순환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정부가 미국기업의 수출감소를 우려,그동안 반대해 오던 일본의 엔저정책을 용인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일본의 불황이 세계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염려해서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