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법인세 폐지 검토 움직임은 부시행정부 친(親)기업정책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 감축이라는 ''소극적인 정책''에서 아예 세금 자체를 없애버리는 ''래디컬한'' 방향으로 부시행정부의 기업정책이 한단계 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의 세금체제를 기업들에 유리하게끔 완전히 뜯어고치겠다는 뜻이다.

그동안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가경제발전 촉진을 위해 법인세를 감면해 주는 방안은 각국에서 논의돼 왔다.

그러나 법인세를 아예 없애자는 발상은 세계적으로 처음이다.

미국이 법인세 폐지를 본격 추진할 경우 유럽등 다른 지역에서도 이 문제가 핫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정책방향이 글로벌스탠더드로 통하는데다 조세경쟁이라는 차원에서 다른 나라 역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법인세 폐지 목적은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제성장을 촉진하자는 것.오닐 장관은 기업들이 법인세를 내지 않게 되면 그 돈으로 투자를 확대하게 되고 그 결과 전체 국가경제가 보다 빨리 성장할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국이 법인세 폐지를 거론하게 된 주요 배경중 하나는 재정흑자다.

지난 80년대에 시작된 재정적자 행진은 이미 98년으로 끝났다.

지난 2000회계연도(1999년10년~2000년 9월) 재정흑자는 2천3백67억달러, 2001회계연도에는 이보다 많은 2천8백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미국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연간 총세입의 10%쯤 된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약 2천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가 폐지될 경우 개인 소득세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개인세금을 늘리는 것은 국민정서에 배치된다.

오닐 장관은 "개인소득세율이 높아지더라도 국가전체의 세금부담은 줄어든다"며 법인세 폐지안을 강력히 밀어붙일 뜻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부시 정권에서 이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결말을 보게 될 전망이다.

법인세 문제는 한국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8% 수준인 현행 법인세율을 단계적으로 23% 수준까지 낮춰줄 것을 건의했고 정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주요국들이 감세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함에 따라 수년 내에 한국의 법인세율이 대만(25%) 독일(40%→25%) 캐나다(28%→21%) 등 선진국들보다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경쟁국 수준까지 법인세율을 낮춰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보다 높은 수준의 법인세율을 유지할 경우 국내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원론적인 찬성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각론으로 들어가면 해답이 간단치는 않다.

우선 적자재정 상태에서 세율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크다.

재경부 관계자는 "한국은 조세감면 제도가 많기 때문에 실제 기업들이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고도 말했다.

"검토는 하되 당장은 어렵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이정훈.오상헌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