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송만 누리텔레콤 사장은 새해를 아주 설레는 마음으로 맞이했다.

9년전 사업을 시작할 때 꾸었던 꿈을 드디어 실현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글로벌 연구개발(R&D)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사업 초기 몇년동안 보잘것 없는 중소"업자"에 불과했고 그의 말대로 아무도 사람 취급을 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지난해 코스닥등록을 마침내 이뤄내 글로벌 R&D 기업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세웠다.

누리텔레콤은 올 2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세우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인도 등 4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인도는 R&D센터, 일본 중국은 판매법인, 미국은 설계 R&D 마케팅을 총괄적으로 담당하게 된다.

사업의 비중을 점차 미국으로 옮겨갈 계획이다.

특이한 것은 4개 현지법인에 한국인은 한명도 채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원 현지인채용을 원칙으로 했다.

"한국에서 건너간 인력이 현지에서 마케팅을 한다는 것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조 사장은 진단하고 있다.

또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인력을 내보내 해외법인을 운영하면서 보여준 고비용 저효율에 질려버린 터라 그런 식의 "원시적 국제화"는 지양하고 철저하게 현지화된 국제화를 하는 모형을 만들 생각이다.

기술개발도 미국이 1년 정도는 앞선다.

그래서 현지에서 뒹굴면서 선진기술을 받아들이는게 기업발전에 좋다고 생각했다.

조 사장이 이처럼 초기부터 글로벌기업을 지향한 것은 소프트웨어회사는 운명적으로 국제화할 수 밖에 없음을 대우통신 근무시절부터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데 국내시장은 너무 작고 해외시장은 넓고 컸다.

누리텔레콤의 간판브랜드인 나스센터(NASCenter)만 해도 그렇다.

전산자원통합시스템인 이 제품은 국내시장 규모가 1천억원 수준이다.

이에 비해 일본은 1조3천억원짜리 시장이고 전세계적으로는 15조원에 달한다.

그는 이 제품으로 국내에서 이미 IBM(티볼리) HP(오픈뷰) CA 등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을 해보았다.

세계시장에 나가도 어차피 같은 경쟁자와 싸워야 한다.

그렇다면 "국내리그"에 머무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목표는 소박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1%.

이것만 달성해도 단일제품으로 1천5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기업이 되는 셈이다.

코스닥등록으로 3백억원의 유보금을 마련한 조 사장은 느슨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시작한 원격검침만 해도 그렇다.

다른 경쟁사들이 반자동원격검치에 의존하는데 누리만 검침원이 필요없는 자동원격시스템이다.

그래서 한전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또 전송망 관리분야는 파워콤 하나로통신 신세기통신의 망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준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도 꾸준한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올해 서버 네트워크 데스크톱PC를 하나로 묶어 관리하는 MSP 사업을 시작할 생각이다.

이미 SDS와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또 자회사인 누리벨 누리인터넷을 통해 전기요금을 인터넷으로 고지하고 납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기든 가스든 요금을 인터넷으로 낸다면 누리텔레콤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안상욱 기자 sangw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