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첫해인 올해 세계경제와 증시는 어떤 궤적을 그릴 것인가는 모두의 관심사다.

이에 대한 미국의 국제경제연구소(IIE)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의 시각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올해 미국경제는 위축되겠지만 유럽경제의 상승분위기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그런대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두차례나 금리를 내린데다 앞으로 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며 이에따라 미국증시가 작년의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세계경제나 미 증시의 앞날이 결코 어둡지는 않다는 것이다.

버그스텐 소장은 미국경제의 성장위축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대통령당선자가 제안하고 있는 세금감면은 "잘못된 처방일 뿐 아니라 시기선택에도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경제의 지속적 도약을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추진해온 기업.금융구조조정과 아울러 공공부문에 대한 개혁도 병행돼야 하며 신경제의 근간인 "벤처육성=일자리 창출모델"도 동시에 추구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만난 사람 = 양봉진 워싱턴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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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경제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식고 있다는 우려가 많다.

미국을 포함한 올 세계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 버그스텐 소장 =미국경제가 너무 빨리 식고 있다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 세계경제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미국은 성장이 다소 위축되겠지만 유럽이 상승분위기를 타고 있기 때문에 세계경제 전체적으로는 낙관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유럽의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고 소비심리는 상당히 호전되고 있는 분위기는 매우 고무적이다.

지난 연말연시 쇼핑시즌중 독일의 소비증가율은 2%, 프랑스 등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소비증가율을 보여 주었다.

미국의 소비증가추세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지만 유럽기준으로 보면 매우 보기 드문 증가세였다.

파리중심가에 있는 라파이에트 갤러리의 경우 지난 크리스마스시즌 중 무려 7%의 높은 판매신장률을 기록했다.

독일과 프랑스정부의 세금감면 또한 유럽인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는 요인이었다고 볼수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소비자들에게 지난해 11월 1인당 1백80달러에 이르는 세금을 환급해 준 것 또한 유럽 전역에 대한 소비심리안정을 이끌어 내는데 크게 기여했다.

결국 유럽 소비자들의 소비안정은 향후 유럽경제성장률 제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 지난해 하강일변도였던 유로화도 제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는가.

◆ 버그스텐 소장 =그렇다.

통화가치는 경제를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보아야 한다.

미국경제가 강세를 유지한 반면 유럽경제가 상대적으로 위축되어 있었다는 측면에서 지난해 유로약세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정반대, 즉 ''미 경제성장위축과 유럽경제의 약진''이 이어질 것이므로 유로화가 상대적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 미 경제의 성장위축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지 부시 대통령당선자는 향후 10년간 1조3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금감면을 실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버그스텐 소장 =세금을 국민들에게 되돌려 줘 그 돈을 소비에 쓰게 함으로써 경기하강속도와 폭을 줄일수 있다는게 부시 당선자의 논리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제안일 뿐 아니라 시기에도 문제가 많다.

그의 세금감면계획은 10년 동안에 이루어지게 되어 있는 장기계획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에게 되돌려준 돈이 소비순환고리로 귀속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매우 길다.

때문에 하강경기를 당장 되돌리는 수단으로는 적합치 않다.

또 현재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식고 있다고 보는 데에도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부시는 현재의 경기하강이 ''클린턴 행정부가 남겨 놓은 유산''이라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기가 예상보다 빨리 식고 있다는 진단을 서둘러 내놓고 있는 것같다.

실제가 그렇더라도 세금감면보다는 FRB가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하강을 최소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방안이다.

더욱 중요하게는 부시의 감세계획에 따라 혜택을 보는 소비자는 주로 고소득층이다.

따라서 세금감면정책이 소비확대를 가져올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 올해 일본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 버그스텐 소장 =일본의 장기침체상황이 올해에도 이어질 것 같다.

일본의 정치.사회적 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0년동안 경기침체를 보이고 있지만 개혁과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정부의 거듭된 공약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금융구조의 개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정부의 물량을 위주로 한 대대적 경기부양에도 불구하고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극히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본은 아시아를 주도하는 경제일 뿐 아니라 ''세계 제2의 경제''라는 위치에 걸맞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도전도 함께 받고 있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국가들이 어려운 경제상황을 맞고 있어 일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일본은 이같은 지역적 특수성을 탄력적으로 수용할수 있는 체제와 자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 미.중관계를 경제적 측면에서 평가해 달라.

특히 최근 세계석유수급을 둘러싼 양국관계는 미언론과 정계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버그스텐 소장 =중국은 13억 인구를 가진 지구촌 강국이다.

중국은 매우 인상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으며 따라서 중국이 커감에 따라 미국과 중국은 여러 부문에서 상충하고 있는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상황을 더 많이 맞게 될 것이다.

그 중 하나가 석유문제다.

93년까지 석유를 수출하던 중국은 지금 하루 1백20만배럴의 석유를 수입하고 있다.

2010년에는 그 수입규모가 하루 4백만배럴, 2020년에는 7백만배럴로 늘어나리라는 것이 미국의 판단이다.

이중 4분의 3 정도가 중동에서 수입되고 있다.

이라크와 이란 등에 대한 미국의 자세와 중국의 ''주권존중'' 주의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이를 어떻게 조정할 수 있을 것인가가 부시 행정부의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특히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보다 개방되고 자유무역주의적인 자세를 가져 주기를 희망하고 있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이 어떤 자세를 보일 것이냐에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올해 미 증시에 대한 전망은

◆ 버그스텐 소장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의 성장률은 다소 위축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미국이라는 ''경제엔진''은 건실하다.

노동시장에 여유가 없어 그 성장잠재력을 1백% 다 발휘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은 침체를 보였다.

S&P500지수를 기준으로 볼 때, 미증시는 99년에 19.5% 상승한 반면 지난해에는 9.6%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그 속내용을 잘 살펴보면 이같은 지수에 의존한 평가는 주식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못 읽은 결과일 수도 있다.

주가가 오른 해였던 99년 S&P지수에 포함된 5백개 종목중 상승한 종목이 2백41개에 불과했던 반면 떨어진 주식이 2백56개로 오히려 더 많았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된 지난해의 경우 오른 종목이 99년보다 오히려 더 많은 2백76개에 이르렀다.

이는 가중치가 높은 하이테크 주식들의 하락이 시장전체의 흐름을 왜곡한 것이었다고 봐야 한다.

미 경제가 하이테크산업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비(非)하이테크 업종에 대한 평가도 빠뜨리지 않아야 보다 균형감각 있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올해 미국 주식시장은 회복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 인터넷업계의 수익성 악화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도 아니고 따라서 하이테크 중심의 나스닥은 여전히 어려운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 않은가.

◆ 버그스텐 소장 =물론 인터넷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수익성문제는 쉽게 바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IT산업은 한쪽이 얻는게 있으면 누군가가 잃어야 하는 ''제로 섬'' 게임이 아니다.

IT부문의 기술개발과 발전에는 한계가 없기 때문에 신경제와 인터넷은 새로운 도전을 해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본궤도에 진입하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결국 21세기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이 부문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본다.

- 세계경제 속의 한국경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 버그스텐 소장= 한국경제가 새로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 요인중에는 지지부진한 기업.금융개혁이 많이 거론되고 있지만 반도체경기 하강 등 외적변수도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한국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한국경제가 5%내지 6%의 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게 주변의 분석이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반도체 등 시설투자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하는 고(高)시설투자 산업의 수급에 대한 탄력적 대응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벤처육성=일자리 창출''이라는 기존의 ''경기부양 및 성장모델''도 중단 없이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 본다.

yangbongji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