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 베이징 캠핀스키호텔에 중국 내외신 기자들이 모였다.

사이버 창업자문회사인 중화창업망이 주최한 ''중국 첫 사이버 투자자금 모집 성공 뉴스 발표회'' 자리였다.

이 회사의 장레이(28) 총재는 "중국에서도 사이버 공간에서 투자자와 벤처기업가가 만나 벤처회사를 설립하는 시대가 왔다"며 제1호 사이버 창업가를 소개했다.

화제의 벤처기업인은 선전의 인터넷사업가인 마창씨.

그는 중화창업망사이트(www.sinobit.com)에 자신의 사업 계획서를 입력했고 이를 본 투자자들이 그에게 투자, 회사설립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 "너무도 쉽게 생각보다 많은 자금을 얻게 됐다"고 즐거워했다.

중국 벤처업계에 이정표가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중화창업망이 공식 설립된 것은 지난 2월28일.

"인터넷을 통해 중국 유력 벤처기업가와 국내외 벤처기금을 연결시키겠다"는게 사업 목표였다.

당시만 해도 중국 업계에서는 "인터넷이 정착되지 않은 중국에서 과연 될까"라는 부정적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당초 예상을 뒤엎고 회원(벤처기업가와 투자가)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지난 3월31일 현재 이 사이트에 등록된 창업지망 회원수는 5천명을 넘어섰다.

이중 1천여명이 자신의 사업계획서를 올렸다.

"나에게 이런 계획이 있으니 관심 있는 투자자들의 참여를 바란다"는 식이었다.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름할 벤처투자가 회원수도 급격하게 증가, 9백여명의 국내외 벤처캐피털이 등록했다.

중화창업망은 이중 60여명의 "믿을 만한 투자자"를 엄선, 투자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 엔젤(천사)투자자라는게 이 회사 순엔쥔(손연군.30) 사장의 설명.

그는 "중국에서 불고 있는 벤처창업 붐과 중화창업망의 독특한 인규베이팅(창업지원) 기법이 어우러져 시노비트 사이트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기업인으로서는 최근 한글과컴퓨터의 전하진 사장이 장 총재 등 경영진을 만나 중화창업망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중화창업망의 특징은 장 총재와 손 사장 등 창업자가 미국 유학파라는 점.

장 총재는 예일대학 MBA 과정을 끝낸 뒤 이 사업에 직접 뛰어들었고, 미시간대학 MBA 출신인 손 사장은 뉴욕 시티은행 근무 경력을 갖고 있다.

여기에 미국 벤처캐피털업체인 WI하퍼 중국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던 양거(양과.30)씨가 영업대표 자격으로 조인했다.

이들은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미국 사이버 인큐베이터 운영 기업 및 외국 투자자금을 갖고 들어왔다.

중화창업망은 우선 투자자에게 보다 정확한 투자정보를 주기 위해 다단계 심사방식을 도입했다.

일단 회원 창업지망생으로부터 받은 창업계획서는 회사내 전문가들의 심사를 거쳐 "몽환실험실" 코너로 들어간다.

투자자들은 이 곳으로 넘겨진 자료를 대상으로 투자타당성 심사를 벌이게 된다.

투자자들에게 인기 있는 투자계획서는 다시 "몽환공장" 코너로 옮겨진다.

이 단계에서 투자자와 기업가는 인터넷으로 또는 서로 만나 투자상담을 벌이게 된다.

현재 몽상실험실에 대기중인 투자계획서는 약 2백개, 몽상공장에서 상담이 진행중인 투자건수는 10여건에 이르고 있다.

시노비트사이트는 이밖에 벤처인력 풀(pool), 중국정보기술 동향,벤처창업 ABC 등 관련 정보를 풍부하게 제공하고 있다.

중화창업망은 미국 언론재벌인 뉴스콥 등 외국자본으로 설립됐다.

여기에 IBM 일본의 소프트뱅크 등을 파트너로 끌어들여 국제적인 "자금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같은 투자 및 합작관계는 이 회사의 해외사업에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중화창업망은 특히 오는 24일부터 다음달 10일까지 미국 주요 대학과 기업, 나스닥시장을 도는 투자 로드쇼를 열 계획이다.

장 총재는 "단순 투자자금 모집이 아닌 대중국 벤처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라며 "중국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 및 화교들을 대거 끌어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30세 미만의 중국 젊은이들이 지금 중국에 새로운 벤처문화를 심어가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