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가전 등 내구소비재 시장이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침체일로를 걷던 내수경기가 국제통화기금(IMF) 긴급
자금지원 요청에 따른 불안심리로 더욱 얼어붙으면서 이달들어 각 업체들의
내수판매실적이 당초 잡았던 목표의 50% 수준까지 떨어지고 있다.

현대 기아 대우자동차 등 완성차업계의 경우 이번달 내수실적이 당초
목표의 50%선에 머물고 있는가 하면 가전업계도 품목별로 차이는 나지만
대체로 실적이 당초 목표의 70~80%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 LG 대우전자 등 가전업계의 경우 월평균 전체 시장규모가 3천억원
정도이나 이달 들어서는 판매부진이 더욱 가속화돼 시장규모자체가 2천5백억
원을 밑도는 수준까지 위축될 전망이다.

제품별로는 냉장고 세탁기 등 백색가전류는 간신히 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나 TV VTR 등 AV제품은 당초 목표의 70%에도 미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 이들 AV제품의 목표대비 실적이 60%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제품은 대형화추세가 한풀 꺾이면서 매출자체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경우 현대 기아 대우자동차 등 대부분 업체들의 판매실적이
이달들어 지난 주말까지 당초 목표의 30%에도 못미쳤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 대우 등은 이날까지의 실적이 당초 목표의 60~70%선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실제 판매는 이 수치에 훨씬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업체들이 주장하는 판매실적의 상당부분은 실적을 채우기 위한 밀어
내기 숫자여서 월말을 앞두고 밀어내기 경쟁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달들어 내구소비재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것은 경기침체에다
IMF체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겹치면서 판매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대체수요가 완전히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을 여러번 겪어봤지만 무이자할부를 비롯한 가능한
판매조건을 모두 제시했는데도 판매가 이렇게 부진하기는 처음"이라며
"적어도 내년초까지는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