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구제금융신청이후 수출신용장 네고어려움이 더욱 심해지고 있어 무역
업체들이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무역상사들은 "내달중순 IMF구제금융이 들어오기까지 향후 2~3주간이 고비"
라면서 "이 상황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면 무역상사와 계열제조업체들의
연쇄도산이 급증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유전스(기한부신용장)네고는 이미 중단된지 오래됐고
일부 중수업계에는 일람불신용장(At Sight)네고마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날 서울 삼성동 무역클럽에서 정해주 통산부장관과 긴급회동한 8개 종합
상사 사장들은 "이런 현상이 확산될 경우 고환율호재를 살리기는 커녕 정상
적인 수출 자체가 힘들어지는 긴박한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정부에 긴급대책
을 촉구했다.

은행들은 무역금융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신을 축소하고 있어 무역업계
의 자금난은 계열제조업체와 하청제조업체로 확산되는 추세다.

종합상사들은 "외국환은행들이 외환보유 및 운용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야
구조조정에서 살아남는다는 인식아래 네고를 극단적으로 제한하고 중소기업
과는 상대조차 않으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로인해 유전스신용장이나 인수도조건(D/A) 등 외상결제방식은 아예
엄두도 못내고 중소수출업체들은 일람불신용장의 네고에도 고전하고 있다.

일람불신용장까지 바이어가 결제한이후 네고해줄 경우 업계로선 모든 수출
대금의 회수가 평균 7~10일정도 늦어지는 셈인데 이를 견딜 업체는 몇몇
대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무역업계는 결제자금이 몰리는 이달말경에는 일람불 신용장도 추심전
네고가 불가능한 현상이 전체 무역업계에 확산될 것으로 크게 걱정하고
있다.

해외에서 외화가 당장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이달말이 되면 네고금액이
크게 늘고 수입결제수요가 대거 몰릴 것으로 보여 전면적인 네고불능사태마저
우려되고 있다.

일람불신용장의 네고어려움은 해외바이어들에겐 신용불신으로 비쳐져
장기화될 경우 바이어이탈로 이어질 전망이다.

< 이동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