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퐁스 베르플라츠 국제결제은행(BIS) 총재는 19일 한은 강당에서 가진
특별강연을 통해 "한국처럼 경제여건이 건실한 국가에서는 통화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 근거로 통화위기가 발생한 태국과 멕시코의 경우 단기외화자본을 차입해
차입외자를 내국통화표시 장기투자자산에 운용함으로써 조달및 운용상의
불일치를 초래한 반면 한국은 기초경제여건이 비교적 안정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는 한은에 대해 "통화당국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과 국내금융제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간다면 일시적인 금융교란은 쉽게 극복할수 있을 것"
이라고 조언했다.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를 겸하고 있는 베르플라츠 총재는 지난 96년 한국이
국제결제은행에 가입할때 상당한 도움을 준 인연으로 이경식 한은 총재
초청으로 지난 18일 서울에 왔다.

베르플라츠 총재는 또 "한국과 같이 고속성장을 하고있는 나라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수립및 집행과 금융기관 감독을 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혀
한은측 입장을 옹호했다.

이어 중앙은행의 금융감독권 보유문제는 그 나라의 금융환경및 여건에 따라
결정될 사안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금융감독기관이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
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오는 99년 유럽통화 통합과 관련해 "향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유러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인 만큼 한국시중은행들도 유러화거래 확대에 대비한 영업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실제로 벨기에 은행들은 단일통화인 유러화의 도입에 맞춰 지난 95년부터
활발한 구조조정작업을 벌여왔다고 소개했다.

베르플라츠 총재는 국제결제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이 중앙집권적인 통화정책 권한을 갖고 있지만 국제결제은행은
서비스 제공기관이므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합이후에도 BIS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편으로 유럽내 단일통화도입 효과를 설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환율고정에 따른 환위험 제거, 대외거래비용의 대폭 절감, 거래의 투명성
제고에 따른 경쟁의 공정화 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유러화 기준의 광범위한 통합시장의 창출로 인해 동질적인 자본시장이
등장, 저축자와 차입자 모두가 혜택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부문은 80억~1백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구조조정비용 부담을
줄임으로써 새로운 발전가능성을 엿볼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 조일훈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