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영상용 기구를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 (Virtual Reality) 공간에
마련된 자동차 영업소로 들어간다.

홀 중앙에 캐딜락 자동차가 한 대 놓여있고 그 옆에 여러가지 기능
버튼이 놓여있다.

회전버튼을 누르면 자동차가 천천히 돌면서 전체 윤곽을 보여준다.

앞 모습을 다시 보고 싶으면 회전중단 버튼을 누르고 자동차 앞으로
걸어가 살펴보면 된다.

그 다음은 색상 선택.

초록색 버튼을 손으로 가볍게 누르면 자동차가 초록색으로 변한다.

마음에 안들어 노란색 버튼을 다시 누르니 노란색 캐딜락이 나타난다.

외부 형태를 정한뒤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다.

카라디오 모델, 내부 색상, 좌석형태 등을 지정할수 있다.

고객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VR공간에서 자기 취향에 맞는 캐딜락
자동차를 선택하게 된다.

이는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시에 위치한 알버트 칸 빌딩의 VR센터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GM사는 고객이 VR세계에서 선택한 내용을 전송받아 그대로 생산한다.

가상현실과 현실을 넘나들며 자동차가 생산되는 셈이다.

디트로이트 VR센터는 세계 최대 시스템통합(SI)업체인 미국의 EDS사가
만든 3개 VR센터중 하나.

가상현실 기법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실제로 경험할수 있도록 구성됐다.

EDS사 VR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는 세계 처음으로 VR기법을 산업에
적용했다는 점.

EDS는 항공기 조종 및 항해훈련, 교육, 항공기 제작, 엔지니어링,
항만건설, 유통 등의 분야에 VR기술을 응용하고 있다.

자동차 모델 시뮬레이터는 GM이, 비행기 조종훈련 시뮬레이터는 보잉사가,
항해훈련 시뮬레이터는 유럽 폴라터템이 각각 채용했다.

VR기법이 산업 전반에 폭넓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VR기술의 장점은 장비에 대한 막대한 투자없이도 비즈니스 또는 기술의
수익성을 평가할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교육 훈련등에 활용할 경우 실제 세계에서는 구현키 어려운 여러
환경을 설정, 경험할수 있어 훈련 효과를 높일수 있다.

특히 우주 항공 등 현실세계에서 실험할 경우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분야에서 VR기술은 필수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근들어 국내에서도 VR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LG-EDS시스템이 올초 욕조실 설계에 VR기법을 활용한 것을 비롯 일부
SI업체들이 VR기술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EDS의 욕조실 VR는 고객이 가상현실로 들어가 욕조실의 색상 기기배치
기능조절 등을 자유롭게 선택할수 있다는 점에서 VR기술을 산업에 적용한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 디트로이트 (미국) = 한우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