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엔 참으로 묘한 인연"

베스트알핀이라는 한 외국회사의 이름이 요즘 세간에 부쩍 거론되고 있다.

유원을 부도낸 것은 TBM, 한보를 부도낸 것은 COREX.

둘다 베스트알핀사가 만들어 판 것이라는 점에서이다.

모두 고가의 최첨단 장비.

때마침 한 국회의원이 고가설비 도입과정에서 비자금을 빼돌렸다는 주장을
제기하고도 있어 관심을 끈다.

유원건설은 지난 90년부터 대당 1백억~1백50억원을 호가하는 터널굴착기
TBM을 14대나 들여오면서, 한보철강은 94년부터 1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
되는 코렉스설비를 도입하면서 모두 자금난에 봉착했다.

베스트알핀사는 제철공법으로는 최고급 기술인 코렉스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

지난 73년 국영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오스트리아 철강내수의 90%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기계 조선 엔지니어링 등에 걸쳐 세계적인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유원건설과 한보철강은 사운을 건 투자에서 똑같이 베스트알핀사에서
거액의 설비를 들여왔고 둘다 망하고 말았다.

유원건설을 인수했던 한보건설측은 "우연의 일치일 뿐이다.

베스트알핀사의 기술력은 이미 세계가 입증하고 있고 코렉스공법을 도입키로
결정한 한보철강으로서는 베스트알핀사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이 24일 "김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가 한보철강
의 코렉스공법 도입과정에 개입, 2천억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해외로 빼돌렸다
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해 설비도입 과정에서의 비리 가능성이 재론되고
있다.

그러나 은행계 일부에서는 개도국의 경우 이같은 과정에서 정치인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가 제공되고 스위스은행계좌에 입금되는 비리유형이 있다면서
도 한보스캔들에 세계적 회사인 베스트알핀사가 관계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

< 조일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