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충전으로 1000㎞ 달리는 벤츠 전기차
메르세데스벤츠가 한 번 충전으로 1000㎞를 달릴 수 있는 차세대 콘셉트 전기자동차를 내놨다. 콘셉트카지만 현존하는 전기차 중 가장 긴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세계 최초 내연기관 엔진으로 100년 넘게 자동차 역사를 이끌었던 벤츠가 전기차 전쟁에 붙을 붙였다는 분석이다.

벤츠는 3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맞춰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사진)를 온라인으로 최초 공개했다. 벤츠는 당초 CES에 직접 참석해 비전 EQXX 실물을 전시할 계획이었지만,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 탓에 온라인 공개로 전환했다. 비전 EQXX는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1000㎞에 달한다. 보통 500㎞ 안팎인 기존 전기차 주행거리의 두 배에 이른다. 최대 800㎞가 넘는 루시드 에어보다 주행거리가 길다.

업계는 벤츠가 단순히 배터리 크기를 키우는 방식으로 주행거리를 늘린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비전 EQXX의 배터리 용량은 약 100㎾h로, 시판 중인 S클래스급 대형 전기 세단 EQS의 배터리 용량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주행거리가 EQS의 두 배가 넘는 것은 전기 구동 시스템의 효율을 크게 높인 덕분이다.

비전 EQXX의 에너지 효율은 ㎾h당 약 9.6㎞로 기존 전기차 전비(내연기관 기준 연비)의 두 배 이상이다. 벤츠 관계자는 “초고효율 전기 구동 시스템이 배터리에서 나오는 에너지의 95%를 바퀴로 전달한다”며 “가장 효율적인 내연기관 구동 시스템이 30%에 그치는 점을 감안할 때 월등히 높은 수치”라고 말했다.

벤츠는 배터리 팩도 완전히 바꿨다. 배터리 셀은 기존 중국의 CATL 제품을 적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묶은 팩의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 배터리 팩의 크기는 기존 팩의 절반에 불과하며, 무게는 30% 더 가볍다는 게 벤츠의 설명이다.

비전 EQXX는 루프에 117개의 태양전지를 장착해 추가 에너지를 공급한다. 주행거리를 25㎞ 늘릴 뿐만 아니라 온도, 조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에너지를 전달한다. 차체 라인을 물결처럼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설계해 공기저항계수를 테슬라 모델3(0.23), 루시드 에어(0.21)보다 개선된 0.17까지 낮췄다.

벤츠는 조만간 비전 EQXX에 적용된 기술들을 양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벤츠는 앞서 2030년까지 모든 차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가장 공격적인 목표다.

블룸버그통신은 “벤츠가 테슬라와 경쟁하기 위해 포뮬러1 전문가를 고용해 내놓은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각자 방식으로 주행거리 개선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