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 보조금, 차체와 배터리 분리 접근 필요

우리나라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규정은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 규정돼 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구매 및 소유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문구가 근거다. 그리고 환경친화적 자동차는 전기차, 태양광자동차, 하이브리드자동차, 수소전기자동차 등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 지원을 위한 돈은 어디서 마련할까? 같은 법 13조는 에너지 및 자원사업으로 조성된 특별 회계, 그리고 중소벤처기업창업 및 진흥을 위한 기금, 마지막으로 환경정책기본법에 따른 환경개선특별회계를 통해 보조금을 조달하도록 명문화 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환경부는 대당 평균 800만원의 보조금을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주고 자치단체 또한 각각의 상황에 따라 일정 금액을 제공하는 중이다. 그래서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어디까지나 '자동차'라는 운송수단에 지급되는 중이다.
[하이빔]보조금은 전기차, 회수는 배터리?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친환경차 가운데서도 배터리 전기차 부문이다. 보조금은 '운송수단'에 지급하되 '운송'의 기능이 끝나면 배터리를 국가로 반납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반납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국가 또는 자치단체 보조금이 투입된 배터리 전기차는 등록이 말소될 때 배터리를 광역자치단체장에게 반납해야 한다. 한 마디로 전기차에 부착된 배터리는 정부 보조금이 포함됐으니 소유권은 정부에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자동차'라는 물건의 활용 가치가 떨어지면 '배터리'를 떼어내 국가 재산으로 돌려 달라는 것인데, 쉽게 보면 보조금 지급 대상은 완성차지만 실질 지급은 배터리라는 의미다.
[하이빔]보조금은 전기차, 회수는 배터리?

이렇게 된 배경은 전기차의 차체와 배터리를 분리하지 않은 시각에서 발생한다. BEV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은 배터리이고, 배터리 가격이 비싸다는 점에서 구매 보조금은 '완성차'에 지급한다. 하지만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는 점에서 사용 후 분리된 배터리는 다시 정부가 회수해 재활용을 추진한다. 구매 때는 배터리와 차체를 일체형으로 여기되 회수 때는 배터리와 차체를 분리형으로 접근하는 셈이다.

그러자 최근 국내 전기차 보조금 지급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구매 보조금을 '전기 자동차'에 지급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로 특정 짓자는 주장이다. 어차피 운송수단의 기능이 끝나면 정부가 배터리를 가져가는 만큼 구매 보조금 또한 '배터리'로 한정해야 BEV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일본, 중국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적극 추진
-보조금 지급대상, 자동차 아닌 배터리 될 때 한국도 가능

실제 로봇 장난감의 건전지처럼 배터리를 교환, 사용하는 'BaaS(Battery as a Service)' 산업은 이미 시작됐다. 일본의 경우 혼다가 전기 스쿠터 등의 배터리를 손쉽게 교체하는 '모바일 팩(Mobile Pack)' 사업에 착수했고, 향후 이를 직접 제조하는 BEV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다양한 전기차에 규격화 된 배터리를 탑재하되 얼마든지 손쉽게 교환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신생 전기차 기업 니오 또한 자동차 형태의 이동 수단과 배터리를 분리적으로 접근, 교체식 네트워크를 선보였다. 심지어 중국 정부는 모든 자동차회사가 배터리 전기차를 만들되 배터리팩은 몇 가지로 규격화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쉽게 보면 로봇 장난감의 형태는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안에 사용하는 건전지는 AA 또는 AAA 등 몇 가지 규격으로 통일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벤츠가 S클래스 기반의 BEV에 사용한 배터리팩과 중국 기업 홍치가 만든 BEV의 배터리는 서로 호환이 된다는 의미다. 그러나 국내에선 이 같은 방식이 쉽지 않다. 구매 보조금을 배터리가 아닌 '자동차'에 지급하기 때문이다.
[하이빔]보조금은 전기차, 회수는 배터리?

반면 전기차 구매 때 보조금이 배터리에 지급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팩에 보조금을 지급하면 BEV 구매자는 배터리를 제외한 차체 가격만 부담하는 것이라 가격 측면의 진입 장벽이 크게 낮아지기 마련이다. 대신 배터리 전력이 소진되면 교환소에서 배터리만 교체하고 사용한 전력요금만 부담하면 된다. 이 경우 자동차 구매에 들어가는 보조금을 줄일 수 있어 효과적이다. 한정된 예산으로 오히려 전기 이동 수단을 늘리는 방식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실제 중국 정부가 배터리팩 규격화로 교체식을 구축하는 배경도 무한정 투입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줄이기 위해서다. 전동화로 넘어가는 시대에 어떻게든 전력과 이동 수단의 효율적인 사용을 고려할 때 BEV(Battery Eletric Vehicle)는 '배터리(Battery)'와 '전기차(EV)'로 분리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에너지 모빌리티의 완성이다.

권용주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