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비켜! " 세단의 거센 반격
‘원조 국민차’ 세단의 반격이 시작됐다. 한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인기에 밀렸지만, 최근 분위기는 바뀌었다. 굵직한 신차 출시가 이어지면서 다시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새로 나온 세단은 대부분 과감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을 무기로 내세웠다. 한국 승용차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세단과 SUV가 한 차례 더 맞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UV에 반격 시작한 세단

세단은 오랫동안 승용차의 대명사였다. 과거에는 세단을 승용차라 부르기도 했을 정도다. 새로 팔리는 승용차 10대 중 8대가 세단이던 때도 있었다. 매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자리는 세단이 차지했다. 분위기는 2017년 바뀌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기아자동차 쏘렌토 등 중형 SUV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예 없던 차급인 소형 SUV의 인기도 날로 높아졌다. 현재 국산 소형 SUV 종류는 8종이나 된다. 조만간 세단보다 SUV가 더 많이 팔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차는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였지만, 실제 승자는 싼타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형 싼타페는 지난해 2월 말 출시됐다. 3월 이후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의미다. 3월 이후 판매량만 보면 싼타페(10만1312대)가 그랜저(9만4516대)를 앞선다.

한없이 계속될 것 같던 SUV 전성시대에 견제구를 던진 건 현대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였다. 쏘나타는 2000년부터 11년 연속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모델이다. 1991년 10만5833대가 팔리면서 한국 자동차 역사상 최초로 단일 모델 10만 대 판매 시대를 연 주인공이다. 1996년엔 국내 시장에서만 19만5735대를 팔았다. 그해 팔린 자동차 8대 중 1대가 쏘나타였다.
현대차 쏘나타
현대차 쏘나타
쏘나타는 2017년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 3월 8세대 모델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쏘나타는 5월 1만3376대가 팔려 내수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2015년 12월(1만2678대) 이후 3년5개월 만에 월 1만 대 이상 팔렸다. 신형 쏘나타는 기존보다 전고(차체 높이)가 30㎜ 낮아졌고, 전장(차체 길이)은 45㎜ 늘었다. 스포츠카처럼 낮고 긴 형태로 바뀐 것이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걸 수 있는 스마트키 같은 신기술도 대거 적용됐다.

기아차의 K7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그 뒤를 이었다. K7은 지난달 승용차 판매 1위(8173대) 자리를 차지했다. K7이 월 기준 베스트셀링카에 오른 것은 2009년 11월 1세대 모델이 시장에 나온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K7은 완전변경(풀체인지) 수준으로 디자인이 바뀌었다. 전장도 이전 모델 대비 25㎜ 길어졌다.
기아차 K7 프리미어
기아차 K7 프리미어
세단 왕좌 둘러싼 전쟁 시작된다

오는 4분기에는 현대차 그랜저와 기아차 K5의 새 모델이 나온다. 그랜저는 2017년과 2018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로 기록됐던 현대차의 대표 모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그랜저는 이전 모델과 비교해 덩치부터 내외부 디자인까지 확 바뀐다”고 말했다.

기아차의 대표 세단인 K5도 완전변경된다. K5는 2010년 처음 공개되자마자 소비자들의 관심을 한데 모았던 기아차의 최고 인기 차종이다. 출시 당시 한국 세단의 디자인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내년 상반기에는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G80 완전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볼보 S60
볼보 S60
수입차 업체들도 세단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볼보는 최근 중형 세단 S60 판매를 시작했다. 사전계약을 받은 지 17일 만에 1000건을 계약하는 등 초반 돌풍이 거세다. 아우디도 A5와 A6 등 새 세단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세단 라인업 중 가장 작은 A클래스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아우디 A5 스포트백
아우디 A5 스포트백
자동차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까지 ‘세단 왕좌’ 자리를 놓고 굵직한 모델들이 격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각 브랜드의 인기 세단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한국 세단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세단은 ‘답답하고 고루한 차’라는 이미지 탓에 한동안 SUV에 밀리는 모습이었다”며 “최근 나오는 세단은 과감하고 세련된 디자인을 택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