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회사가 전동화 앞세우며 전쟁 나서

불과 몇 년 전까지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회사가 전기차를 바라보는 관점은 '일렉트릭 엔진'이었다. 연료를 태우는 연소가 전기로 바뀌었을 뿐 '엔진'이라는 단어는 마치 상징처럼 이어갔던 셈이다. 그러나 올해 제네바모터쇼 현장에 내걸린 슬로건은 'Be Electrified(폭스바겐)', 'Joy Electrified(BMW)', 'Change Next(아우디)' 등 EV를 뜻하는 단어들로 가득했다. 유럽 내 배출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서라도 EV 판매를 늦출 수 없지만 내연기관을 오히려 감추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나아가 전동화를 피할 수 없다면 현실적인 EV를 내놓고 미래를 조금이라도 앞당기려는 흐름이 역력하다.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유럽 내 EV는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HEV와 PHEV, BEV 등을 모두 EV로 구분하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을 펼친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건 'EV'로 시장이 바뀔수록 새로운 도전자가 속속 진입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 자본을 기반으로 성장한 스포츠 EV기업들이 포드와 현대자동차 등이 떠난 전시장을 차지하며 유럽 내 프리미엄 EV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물론 노크의 진짜 이유는 유럽 내 주요 모터쇼 참가 자체가 이미지 향상이고, 그 결과 중국 내에서 EV 판매를 늘리는 것이지만 어쨌든 유럽시장에 EV로 발을 내딛었다는 점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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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 세분화에 따른 용어 차별화도 눈길을 끌었다. 일찌감치 전동화에 나선 렉서스는 HEV를 셀프 충전 전기차로 설명했다. 전력케이블을 통한 충전의 불필요함, 다시 말해 이용자의 편리함을 강조하면서 'BEV'에 집중한 유럽 제조사와 다르다는 걸 암시한다. 반면 닛산은 BEV시장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면서 배터리 쓰임새를 넓히는 데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닛산의 미래전략인 '인텔리전트 모빌리티'는 단순히 이동시간과 운전자 역할만 줄이는 게 아니라 배터리 전기차를 하나의 전력운반수단으로 삼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서다. 1회 충전에 500㎞ 주행이 가능한 IMQ 컨셉트도 미래 관점에서 보면 단순 이동수단은 아니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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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벤츠는 상용 전기차에 도전장을 냈다. 어차피 전력생산과정에서 여전히 미세먼지 배출이 불가피하다면 생산한 전력을 동력원으로 삼을 때 여러 사람이 함께 이동할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V'클래스에 'EQ' 시스템을 담아 프리미엄 밴의 성격을 가미한 배경이다. BMW 또한 차명 끝에 전동화, 즉 친환경을 의미하는 'e'를 붙인 330e, 530e 등의 여러 차종을 동시에 공개하며 동력 전환 흐름에 동참했다.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이들 외에 전동화에 전략적 사운을 내건 곳은 폭스바겐그룹이다. 여러 차종에 변형 적용이 가능한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을 다양한 제품에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스코다, 세아트, 폭스바겐 등이 최근 내놓은 전기차는 개발단계에서부터 비용을절감한다. 승차공유가 활성화될수록 자동차 소유욕이 떨어진다면 판매가 줄어드는 만큼 공유 개념을 자동차 DNA에서부터 시작한 셈이다. 그래야 손익분기점을 앞당겨 달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푸조와 시트로엥, 토요타와 혼다 등도 모두 전기차를 앞다퉈 내놨다.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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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동수단 관점에서 궁극적인 모빌리티를 지향하는 점도 확연했다. 일찌감치 파워트레인과 승차석의 분리 컨셉트를 선보였던 스위스 컨셉트카기업 린스피드는 이동수단의 승차공간이 여러 갈래로 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동수단의 크기가 소형으로 갈수록 전동화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승용, 상용 겸용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CES가 이동수단과 다양한 사물의 연결(Iot)에 집중한 것이라면 2019 제네바모터쇼는 이동수단 자체의 전동화가 얼마나 절실한 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지능과 연결은 소프트웨어 영역이지만 움직이는 동력은 전혀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제네바]2019 제네바, 슬로건은 '전동화(Electr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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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늘 그렇듯 자동차를 단순히 이용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오로지 편리한 이동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효율 중심의 이동수단이 적절하지만 그럴수록 소유욕도 점차 강해져서다. 전시장 중앙을 차지한 수많은 유럽 내 소규모 제작사 또는 개조기업이 공통적으로 럭셔리를 뛰어넘어 하이퍼를 지향하는 배경이다. 파가니와 쾨닉세그, GFG 등의 슈퍼카부터 미니를 현대적으로 바꾼 데이빗브라운까지 끝없이 소유를 자극하는 움직임은 전동화가 진행될수록 활발해지는 모습이다.

그런 의미에서 2019 제네바모터쇼는 크게 세 가지 흐름을 보여준다. 첫째는 규제 대응을 위한 불가피한 전동화이고, 둘째는 승차공유 용도에 빠르게 접목하는 자율주행 지능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전동화와 자율주행을 진행할수록 소유욕이 프리미엄을 향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기업의 숙명은 수익이고, 누가 먼저 수익에 도달하느냐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다.

제네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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