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의 북미 지역 '연비과장' 파문이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대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손해배상 청구액 규모는 8천억원에 달해 최악의 경우 기아차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액수를 배상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차는 집단 소송에 대한 우려로 장 초반 3% 가까이 떨어졌다가 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들어오며 반등했다.

이날 현대차는 0.47% 오른 21만4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기아차는 1.57% 떨어진 5만6천600원을 나타냈다.

자동차 부품주 또한 동반 약세를 보였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가 각각 2.74, 1.53% 하락한 것을 비롯해 만도(-1.53%), 성우하이텍(1.96%), 화신(-0.86%)도 줄줄이 내렸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기존 예상보다 손해배상 규모가 커질지도 모른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게다가 다른 차주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잦아드는 듯했던 현대·기아차의 '연비과장' 파문은 소비자 집단소송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미국의 현대·기아차주 23명으로 구성된 원고단은 회사 측의 보상안을 거부하고 지난 6일(현지시간) 중부 캘리포니아 연방 지방법원에 7억7천500만달러(약 8천4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대·기아차는 연비가 하향 조정된 미국 내 판매 차량 90만대와 캐나다 17만2천대에 대해 차량 주행거리, 연비 차이, 해당 지역 연료 가격을 토대로 보상하고 소비자 불편 보상 비용 15%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원고들은 연비 조정으로 해당 차량을 중고차 시장에 되팔 때의 가치가 하락했다며 이에 따른 보상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초 현대·기아차의 소비자 보상 액수를 5억5천만~6억5천만달러로 추산했지만 집단소송에서 이 액수는 7억달러까지 늘었다.

두 회사가 소송 패소에 대비한 충당금을 그만큼 더 많이 쌓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앞서 일본 혼다가 올해 초 연비 과장표시로 집단소송에 휘말려 20만명에게 1천900억원을 배상한 선례도 있다.

소송이 장기간 이어지면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는 것도 불안 요소다.

SK증권 김용수 연구원은 "당초 예상보다 충당금을 늘려야 할지 모르는 데다 브랜드 이미지 손상으로 차량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가 흐름의 경우 다음달 초께 발표되는 11월 미국 판매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송선재 연구원은 "현대·기아차 주가가 상승 동력을 얻으려면 11월 판매량으로 건재함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며 "그전까지는 주가가 박스권에서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