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 위기 고조되는 중동…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이란, 이스라엘 공습 준비
원유 해운길 호르무즈해협 봉쇄 경고도
국제 유가 1% 급등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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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이란의 고위 사령관이 사망한 가운데 이란 정부가 맞대응 차원에서 이스라엘을 공습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국제 유가가 고공 행진했다. 이스라엘 정부도 가자지구에 대한 공세를 다시 예고하면서 확전 위기가 커지는 모양새다.

1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5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0.98달러(1.2%) 상승한 배럴당 86.21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6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06달러(1.2%) 오른 배럴당 90.4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확전 위기 고조되는 중동…고공행진하는 국제 유가 [오늘의 유가]
이날 블룸버그는 이스라엘과 미국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 정부가 드론(무인기)과 미사일 활용해 이스라엘을 공습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일찌감치 이스라엘 공격을 결정했고, 공습 날짜만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이처럼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 배경엔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있다. 지난 5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에 있는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며 이란의 고위급 간부가 사망했다. 이란은 이에 대한 보복을 감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10일 국영 TV 연설에서 "그들(이스라엘)이 우리 영사관을 공격한 것은 우리 국토를 공격한 것과 같다. 이는 국제적 규범"이라고 규정했다. 하메네이는 이어 "그 사악한 정권은 실수를 저질렀고, 응징해야 한다"라며 "그렇게 될 것"이라고 공표했다.

이란 정부는 주요 원유 수출 경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9일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적(이스라엘)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이 원유를 수출하는 해상 무역로다. 전 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의 20%가 이 해협을 지난다.

지정학적 위기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10월 발발한 가자지구 전쟁으로 인해 국제 유가는 16%가량 치솟았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중동 전체로 확전될 양상을 보이자 유가가 계속 고공행진 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도 물거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하마스 측 방송 채널인 알아크사 TV 등에 따르면 하마스 최고 정치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의 아들 가운데 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했다.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북부 알샤티 난민촌 공습으로 하니예의 아들인 하젬, 아미르, 무함마드가 사망했다. 이들은 라마단 종료 후 찾아온 명절인 이드 알 피트르 행사에 가기 위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다가 폭격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폭격으로 인해 하마스가 다시 공세에 불을 지피게 될 경우 이란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