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없는 벚꽃축제…지자체 '멘붕'
작년엔 3월 기온이 반세기 내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부산과 대전 등에서 3월 20일께 관측 이래 가장 이르게 벚꽃이 펴 예년처럼 벚꽃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에서 '벚꽃 진 뒤 벚꽃축제'가 벌어졌다.

이에 많은 지자체가 올해 벚꽃축제 일정을 확 앞당겼는데 제주와 부산 등 남쪽 지역을 제외하면 아직 벚꽃이 피지 않아 지난해처럼 곳곳에서 '벚꽃 없는 벚꽃축제'가 열리고 있다.

영랑호에서 벚꽃축제를 여는 강원 속초시는 이달 30~31일과 다음 달 6~7일에 두 차례 축제를 여는 묘안을 내기도 했다.

속초시는 예정된 날짜에 벚꽃이 피지 않아 축제를 두 차례 연다고 안내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에서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라고 토로했다.

30일 기상청 관측자료를 보면 벚나무 관측이 이뤄지는 20개 지점에서 모두 벚나무 발아는 이뤄졌다.

발아는 '식물의 눈을 보호하는 인피(줄기 바깥쪽 조직)가 터져 잎이나 꽃잎이 보이는 상태'로 기상청은 지정된 관측목의 눈 20% 정도가 발아하면 그날을 '발아일'로 본다.

광주·창원·부산·여수·서귀포·제주는 예년보다 벚나무 발아가 늦었지만, 대체로는 평년보다 이르게 발아가 이뤄졌다. 특히 북강릉과 대전은 각각 평년보다 16일과 10일 이르게 발아했다.

발아는 일렀는데 개화는 아직인 곳이 많다.

29일까지 벚나무가 개화했다고 기록된 곳은 제주·창원·부산·전주·여수·대구·광주·울산 등이다. 개화일은 모두 평년보다 빨랐다.

기상청은 관측목 한 가지에서 3송이 이상 꽃이 피면 개화로 판단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식물은 기온과 광주기(낮의 길이)로 계절의 변화를 인지한 뒤 최적일 때 꽃을 피운다.

특히 꽃이 피기 직전 날씨가 개화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기온이 낮진 않았지만, 비가 자주 오면서 일조량이 적었던 점이 벚꽃이 일찍 개화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28일까지 기록이기는 하지만 이달 일조시간은 180.5시간(전국 평균)으로 벚꽃이 역대급으로 이르게 핀 작년 3월(236.4시간)이나 평년 3월(203.1시간)보다 짧다.

이달 일사량도 413.37MJ(메가줄)/㎡로 적은 편에 든다.

산림청의 봄철 꽃나무 개화 시기 예측 지도를 만드는 데 참여한 장근창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사는 "2월까지는 평년보다 아주 따뜻했는데 이달 들어서는 비도 많이 내리고 날씨가 좋은 날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시형기자 jsh1990@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