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영권 분쟁 결정적 변수는 사촌들의 형제 지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임종윤·종훈 형제의 승리로 귀결된 것은 애초 알려진 바와 달리 창업주 일가 가운데 임종윤·종훈 형제의 사촌들이 형제 지지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전체 지분의 약 3%를 보유한 이들 사촌은 전날 열린 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가 제안한 이사진 후보들을 찬성하고 숙모인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이 이끄는 회사 측 추천 후보들에게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총에서 송 회장 측 후보와 임종윤 형제 측 후보들이 얻은 찬성표 득표율이 각각 48%와 52% 정도였음을 고려하면 이들 사촌의 표가 형제 측으로 가면서 무게 중심이 형제 측으로 옮겨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애초 이들 사촌은 송 회장의 특별관계인에 포함돼 있었고, 임종윤·종윤 형제가 지난 1월 표 대결을 준비하며 송 회장과 특수관계를 해소할 때도 형제 측이 아닌 송 회장 측으로 남아있었다.

이 때문에 이들 사촌은 애초 주총에서 송 회장 측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중립을 지킬 것으로 예상됐지만, 주총이 임박해서 형제 측 지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주총장에 송 회장과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나타나지 않은 것도 이러한 사실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촌들이 형제 지지를 결정한 것은 결국 송 회장 측이 추진한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송 회장 측이 한미와 OCI가 '한 지붕 두 그룹' 형태로 독립적 경영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상증자와 지분 매각을 통해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의 최대 주주가 되면 결국 그룹 경영권이 이전될 것을 우려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창업주의 친인척으로서는 최대 주주가 창업주 가족이 아닌 다른 회사로 변경되면 회사가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