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절망 속에서 찾은 한잔…'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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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무너뜨린 PC운동…'기생충 마인드' ▲ 커피는 내게 숨이었다 = 이명희 지음.
조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곧장 중환자실로 옮겨져 2~3주에 한 번씩 수술을 반복하며 7개월 반을 그곳에서 살았다. 그 후 네 살 때 원인 불명의 뇌 손상으로 사지가 마비되고 시력을 상실했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버티는 일뿐이었다.
절망에서 그를 건져낸 건 커피였다. 커피는 "삶에 허락된 단 하나의 자유"였다. 대학 병원에서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 속에서 커피는 마음에 숨구멍을 내주었다.
"내가 있는 곳의 안과 밖 그 무엇 하나 바꿀 수 없어도, 안과 밖 그 너머에서 내 삶을 잠시 관조할 수 있게 시간을 멈춰 주는 커피가, 나를 살렸다."
"고작 커피 한 잔"이 어떤 이에게는 문자 그대로 "목숨"이자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는 에세이다. 저자는 바꿀 수도, 버릴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자신의 상황을 '커피'라는 일상적이고도 감각적인 음료와 연결해낸다.
낮은산. 256쪽. ▲ 기생충 마인드 = 가드 사드 지음. 이연수 옮김.
범아랍주의를 주창한 나세르 이집트 대통령이 죽자, 레바논에선 수천 명이 모여 그를 애도했다. 그때 대중이 외친 구호는 '유대인에게 죽음을'이었다. 다섯 살에 불과했던 저자는 대중의 구호와 분노에 충격을 받았다. 그도 유대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11살에 캐나다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대학교수가 됐다. 그리고 현재 미국 우파 인사들과 교류하며 보수 논객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서구 사회, 그중에서도 특히 가장 논리와 이성을 앞세워야 할 학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사람들의 지성을 마비시키는 사상을 '기생충'과 '전염병'에 빗댄다. 그에게 전염병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운동, 포스트모더니즘, 급진 페미니즘, 사회 구성주의 같은 것들이다.
저자는 이들 사상이 수십 년 동안 "이성과 과학, 계몽주의의 가치에 대한 서구의 헌신을 서서히 좀먹어왔다"고 비판한다. 이런 운동들이 주창한 다양성, 포용, 공정이 이데올로기화하면서 이성과 자유, 개인의 존엄성을 갉아먹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표현의 자유, 과학적 방법, 지적 다양성, 능력주의 정신이야말로 현대 사회에 필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양문출판사. 336쪽.
buff27@yna.co.kr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