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총장 나오는 형제 >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주총장 나오는 형제 > 임종윤 전 한미사이언스 사장(왼쪽)과 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이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약품그룹 주주들이 OCI그룹과의 통합에 반대표를 던졌다. 한미약품과 OCI 통합을 추진하던 창업주 임성기 선대회장의 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이사회 진입을 반대하면서다. 한미약품그룹 리더십은 통합에 반대한 장·차남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OCI그룹과의 통합 무산

소액주주 몰표 받은 한미약품 형제…"주주환원 정책 강화할 것"
임성기 선대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전 사장은 28일 경기 화성시 수원과학대 신텍스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미약품그룹을) 빠르게 정상화하겠다”며 “한미사이언스가 이런 모습까지 갔다는 게 죄송하고 브랜드 가치를 긴급히 복구하겠다”고 말했다. 차남인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며 “가족이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이날 주총 결과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중 장·차남 측 인사는 5명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은 무산될 전망이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이 회장은 이사 선임 건 개표 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현장을 떠났다. 주총 결과가 나온 직후 OCI그룹은 통합 중단 방침을 알렸다. OCI홀딩스 관계자는 “주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합 절차는 중단된다”며 “앞으로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바란다”고 밝혔다. 임종윤 전 사장은 “복잡하지 않은 구조라면 협력의 기회를 열어놨다”며 여지를 남겼다.

○장·차남, 경영진 대폭 교체 예고

한미약품그룹의 리더십은 장·차남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장·차남은 지난 25일 OCI그룹과의 통합 반대를 외치다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한미약품 사장직에서 각각 해임됐다. 임종윤 전 사장은 27일 개최된 한미약품 주총에서도 재선임 안건이 올라오지 않아 한미약품 이사회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의 다음 이사회 일정은 미정이다.

장·차남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최근 몇 년 사이 회사를 떠난 주요 임원들을 다시 불러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선대회장 작고 이후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송영숙 회장에게 경영자문을 시작한 2022년 8월 이후 한미약품에서 23명 이상의 주요 임원과 전문인력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윤 전 사장은 “예전에 나간 분들이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며 “회사가 50조원 규모로 성장하기 위해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50조원 기업 도약, 주주환원책 펼칠 것

임종윤 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에 5년 내 순이익 1조원 달성과 1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 5년 내 시가총액 50조원, 장기적으로는 시총 200조원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1일 임종윤 전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100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만들 수 있는 한국의 ‘론자’로 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론자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개표 결과가 나오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주총에 불참했다. 임종윤 전 사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느낀 주주에 대한 감사를 주주친화책으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임종윤 전 사장은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주주가 원하는 회사로 나아가고 주주환원책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장·차남 지지 의사를 밝힌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의결권을 위임해준 가수 조용필 등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OCI그룹과 통합의 단초가 된 상속세 문제는 여전히 남았다. OCI그룹과의 통합은 임성기 창업주 별세 이후 부과된 5400억원의 상속세 해결책의 일환이었다. 상속세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너 일가가 보유 중인 한미사이언스 주식이 시장에 대거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오버행’ 이슈는 여전한 상황이다.

화성=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