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정보기술(IT)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른 데다 유럽 증시의 상징인 명품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다. 전문가들은 유로존의 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접어든 만큼 추가 상승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유럽, 美보다 덜 올라"…서학개미 1100억 쇼핑
27일(현지시간) 유로스톡스600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13% 상승한 511.75에 마감했다. 유럽의 대표 기업 600개를 모은 이 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6.83%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 중이다. 우량주 50곳을 모은 유로스톡스50지수는 올해 12.61% 올라 2000년 9월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40지수도 올 들어 각각 10.18%, 8.95% 오르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올해 들어 유로존 주식을 사들이는 서학개미도 크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3월 국내 투자자들은 유로존 주식을 8213만달러(약 110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1억5600만달러)의 절반을 1분기에 사들였다.

유럽 내 IT·반도체 업종이 상승 랠리를 주도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ASML홀딩은 올해 들어 주가가 34.76% 급등했다.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 SAP도 AI 분야 사업 집중력을 높이며 주가가 32.55% 올랐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IT 업종 상승률이 올해 유로스톡스50지수 상승분의 약 35%를 차지했다”며 “테크 업종에 대한 쏠림 현상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을 상징하는 테마인 ‘명품주’도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부진 우려가 사그라지며 강세다. 지난해 4월 902유로까지 올랐다가 긴축 장기화 우려로 660유로까지 떨어졌던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춘 10월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올 들어선 14.84% 올랐다. 또 다른 명품주인 에르메스와 크리스찬디올도 올해 각각 25.86%, 12.17%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유로존 종목의 투자 비중을 확대하라고 조언한다.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물가 안정에 성공한 유럽이 하반기 금리를 본격적으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다. 유럽연합(EU) 통계청에 따르면 유로존 20개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6%로 나타났다. 직전달보다 0.2%포인트 둔화됐다. 근원 CPI 상승률은 3.1%로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미국의 근원 CPI가 여전히 3%대 후반에 머무르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덜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선 유로존이 금리를 올해 말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윌리엄 드 비엘더 BNP파리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사설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물가 목표치에 근접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며 “현재 4.0%인 유로존 예금 금리가 올해 말엔 3.0%, 내년 말에는 2.25%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는 유로존 주도주로 패션·소비재를 꼽는다. 금리 인하를 기점으로 침체된 소비여력이 다시 살아난다면 소비 업종이 다시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다. 27일 스웨덴 패션업체 H&M은 최근 회계연도 1분기 영업이익이 20억8000만크로나(약 2640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14억3000만크로나)를 크게 웃돌았다.

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