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다음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초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장사들의 잉여현금흐름(FCF)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FCF가 많을수록 기업의 배당과 투자 여력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기아, 곳간 가장 두둑…작년 현금 8.9조원 쌓았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연간 FCF가 가장 많은 기업은 8조9614억원을 보유한 기아로 나타났다. FCF는 기업의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영업 설비 등에 투자한 금액을 빼고 남은 돈이다.

기아는 지난해 11조6079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FCF 역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2022년 말 기준 기아의 FCF는 7조8386억원으로 1년 사이 14.3% 증가했다. 기아에 이어 한국가스공사(4조5545억원), 현대모비스(3조5407억원), CJ(3조5381억원), LG전자(2조6437억원), 대한항공(2조1839억원) 순으로 FCF가 많았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는 배당금 증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어 이것만으로도 매력적”이라고 했다.

자동차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작년 현대차와 기아의 호실적으로 현금이 부쩍 늘었다. 2022년 이 회사의 FCF는 1조197억원이었지만 1년 사이 세 배 넘게 증가했다. 현대모비스는 올해부터 결산배당금도 전년 대비 500원 증액하기로 했다.

CJ의 지난해 FCF는 이날 기준 시총(3조5654억원)과 비슷하다. 작년 CJ의 투자 감소폭이 컸기 때문이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요 8개 지주사 가운데 주당 배당금이 시장 기대치를 10% 이상 웃돈 기업은 CJ 한 곳뿐이었다”고 했다.

지난해 FCF가 가장 적은 기업은 삼성전자(-13조4739억원)였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불황과 설비 투자 등이 겹친 영향이다. 이어 한국전력(-12조3862억원), SK(-7조5613억원) 등 순이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