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안 또 불발…유가 더 오를까[오늘의 유가]
산유국 감산 등 소식에 WTI 2주간 3% 올라
가자지구 평화 회담 성공하면 유가 전망


국제유가가 2주 연속 상승하며 배럴당 80달러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휴전 협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44센트(0.54%) 하락한 배럴당 80.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20% 하락한 배럴당 85.61달러에 마감했다.

유가는 이날 하락에도 지난 한주 상승세를 이어갔다. WTI 가격은 한 주간 0.06% 올랐으며 2주간 상승률은 3.36%에 달한다.

산유국의 감산 연장과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 등 공급 중심 우려가 지속되면서다. 하지만 상승률 자체는 둔화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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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가자지구 휴전 협상 상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르면 25일 공식회의를 열어 비상임 이사국들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결의안을 표결한다.

제출된 초안에는 라마단을 맞아 항구적이고 지속할 수 있는 휴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을 촉구하고 가자지구 전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 필요를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보리는 지난 23일 오전 해당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일정이 연기됐다. 오는 25일 예정된 회의도 또다시 일정이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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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전 결의안에 대한 논의는 앞서 지난 22일 미국이 주도해 제출한 휴전 촉구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되면서 이어진 것이다. 미국이 제출한 결의안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민간인을 보호하고 인도주의적 구호 지원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즉각적이고 지속가능한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가자지구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유엔 안보리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3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를 방문해 기아 방지를 위한 원활한 구호품 반입과 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예정된 결의안 투표도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며 "많은 전문가에게 이번 사태는 안보리 기능이 고장 났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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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이 이뤄진다면 중동 긴장이 해소되면서 유가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파트너는 "원유 시장 관계자 모두가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 협상을 지켜보고 있다"며 "평화 회담이 성공하면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를 통과하는 유조선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국제유가를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큰 촉매제가 없는 이상 유가가 크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마니쉬 라지 벨란데라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유가가 배럴당 80달러 근방에서 안정적인 수준이며, 요요처럼 오락가락하지만 실제로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자발적 감산을 고수하기 위해 합의를 계속해나가는 한 하락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