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사실상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배후로 지목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이 설전과 함께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으며 무력 대치에 나서면서 전쟁의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테러 발생 다음날인 23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이번 테러는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공방은 더욱 격해졌다. 우크라이나는 모스크바 테러 참사 다음날인 이날 오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 남부 세바스토폴 항구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몇 시간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르비우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발사해 반격에 나섰다.

일각에선 러시아 정부가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찰스 리치필드 부국장은 “크렘린궁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경로는 (테러를)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관 짓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