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닭강정' 박지독 작가…"작품 매력도, 장점도 '재미'였으면"

어느 날 닭강정으로 변해버린 딸을 되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와 인턴사원의 모험담을 들어봤을까.

이 이야기는 웹툰으로 처음 소개돼 큰 인기를 끌었고, 최근 류승룡·안재홍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만들어져 또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처럼 기발하면서도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어떻게 떠올리게 됐는지 24일 원작자 박지독 작가에게 서면으로 물어봤다.

'닭강정' 원작자 "'닭강정이나 돼라' 언니 말에 아이디어 얻어"
박 작가는 "소파에서 닭강정을 먹다가 이야기가 떠올랐고 작품까지 만들게 됐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함께 살던 친언니가 외출 준비를 하면서 닭강정을 하나만 갖다 달라고 부탁했는데, 움직이는 게 너무나 귀찮았고 끝까지 닭강정을 갖다주지 않았다"며 "언니가 집 밖으로 나가면서 '치사한 놈! 닭강정 혼자 다 먹고 닭강정이나 돼버려라!'라고 말했는데 그 순간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웹툰은 2019년 네이버웹툰 지상최대공모전을 통해 발굴됐다.

공모전 도전 과정에도 언니의 공이 컸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그는 "당시 코인 투자로 돈을 잃어 빈털터리 상태였기 때문에 '딱 이번 달까지만 놀고 취업하자'고 생각했다"며 "이미 다른 플랫폼 두 곳에서 거절당한 원고여서 그림 실력을 좀 더 키운 뒤 공모전에 도전해야겠다고도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언니가 옆에서 계속 공모전에 도전해 보라며 용기를 줬다.

'그냥 접수라도 해봐라', '내가 보기에는 진짜 재미있다'라며 힘내라고 치킨도 사줬다"며 "치킨에 힘입어 기대 없이 투고했는데 당선 인터뷰 요청 전화를 받게 됐다"고 했다.

'닭강정' 원작자 "'닭강정이나 돼라' 언니 말에 아이디어 얻어"
'닭강정'은 여러모로 화려한 그림체를 자랑하는 요즘 대작 웹툰과는 결이 다르다.

알록달록한 색감에 단순한 그림체 때문에 연재 초반에는 비판도 있었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제 스타일과 실력이 반영된 그림체"라며 "제가 구상한 이야기를 표현해내는 데 어울리는 그림체와 색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슷비슷한 웹툰 사이에서 한 치 앞도 짐작하기 어려운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내세운 '닭강정'은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탱탱볼처럼 튀는 이야기가 매력으로 꼽히는데, 이 때문에 작가가 즉흥으로 이야기를 짜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이야기 구상 단계부터 결말과 큰 틀의 줄거리를 모두 정해두는 편"이라며 "'닭강정'을 연재할 때는 A4 용지가 방 한쪽 벽면을 모두 채울 만큼 이야기를 열심히 구상하고 오류가 없는지도 계속 확인했다"고 의외의 답을 내놨다.

닭강정이 된 딸 민아를 되찾으려는 아버지 최선만, 민아를 짝사랑하던 인턴 고백중 등 주요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고백중에 대해선 "눈치 없지만 묘하게 사랑스러운 느낌의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며 "사고를 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나니 주인공을 밉상으로 보는 댓글이 눈에 많이 띄어 (사고 에피소드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작중 민아는 외계인들이 만든 기계 때문에 닭강정이 되고,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기 위해 50년간 지구를 떠나게 된다.

작가는 웹툰에선 생략됐지만 지구에 남은 최선만과 고백중, 외계인이 긴 세월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귀띔했다.

그는 "지구에 남은 외계인들은 여전히 닭강정을 만들며 50년을 보낸다"며 "외계인이 하는 닭강정 가게는 (최선만이 운영하는) '모든기계' 직원에게 할인도 해주지만, 고백중과 최선만은 민아가 닭강정으로 변한 이후 닭강정을 먹지 못한다"고 언급했다.

'닭강정' 원작자 "'닭강정이나 돼라' 언니 말에 아이디어 얻어"
작가는 '닭강정'을 그리면서 재미있었던 만큼 독자들도 재미있는 작품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작가로서 바람이라면 '닭강정'의 매력은 재미있는 것, 특징도 재미있는 것, 장점도 재미있는 것이면 좋겠어요.

만약 누군가 '화려하고 재미있는 수많은 웹툰 중 왜 '닭강정'을 봐야 해?'라고 질문한다면 '그냥 재미있으니까'라는 대답이 나오면 좋겠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