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의 황제' 마우리치오 폴리니 별세
반세기 동안 ‘피아노의 황제’로 활약해온 세계 최정상급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별세했다. 향년 82세.

이탈리아 라스칼라극장 등에 따르면 폴리니는 23일(현지시간) 밀라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라스칼라는 성명을 통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음악가 중 한 명이자 50여 년간 극장의 예술적 토대가 된 마우리치오 폴리니의 죽음을 애도한다”고 했다.

1942년 이탈리아 유명 건축가 지노 폴리니의 아들로 태어난 폴리니는 5세에 피아노를 시작했다. 1957년 제네바국제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했고, 1960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명성을 얻었다. 당시 18세이던 폴리니는 쇼팽콩쿠르에서 만장일치로 우승했는데, 심사위원이던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저 소년이 우리 심사위원들보다 더 잘 친다”고 극찬한 일화는 지금까지도 음악계에서 회자된다.

쇼팽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폴리니는 반세기 동안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최고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다. 그는 ‘쇼팽의 교과서’로 불리며 쇼팽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여왔다. 그의 쇼팽 에튀드 음반은 철저히 악보에 충실한 정석적인 연주로 유명하며, 피아니스트들이 들어야 할 필수 음반으로 꼽혀왔다. 그는 에튀드 외에도 폴로네이즈 등 쇼팽 레퍼토리에서 흠결 없이 완벽한 연주로 피아노 연주사를 새로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했으며 쇤베르크, 스트라빈스키 등 현대 음악도 다루며 폭넓은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동향인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친밀해 많은 콘서트와 음반을 남기기도 했다.

폴리니는 예술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폰지멘스 음악상을 비롯해 프래미엄임페리얼상, 로열필하모닉협회 음악상 등을 받으며 최고 권위를 인정받았다. 도이체그라모폰이 발매한 다수 앨범은 그래미어워즈, 에코어워즈, 디아파종상 등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2020년 3월에는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전곡 프로젝트의 끝을 장식하는 음반을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 무대와는 유독 인연이 없던 폴리니는 2022년 5월 처음으로 내한할 예정이었지만, 지병인 기관지염 악화로 연기했다. 이마저도 취소되면서 그는 한국 무대에 서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