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사진=뉴스1
우리은행이 국내 은행 중 처음으로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투자손실 사태에 대한 자율배상 절차에 공식 돌입한다.

우리은행은 22일 이사회를 열고 금융감독원의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배상안)을 수용해 투자자에 대한 자율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될 투자자 약 450명 접촉해 배상절차 등 자율조정 내용 안내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정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투자자가 우리은행과 조정 비율에 협의하고 동의를 마치고 나면 일주일 이내로 배상금 지급이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은행의 자율조정 대상 ELS 판매잔액은 415억원이다. 수조원대에 달하는 다른 시중은행들과 비교하면 판매 규모가 가장 작은 편이다. 우리은행이 판매한 홍콩 H지수 ELS는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다른 은행에 앞서 이처럼 선제적으로 자율 조정에 나서는 것은 ELS 만기 이전에 투자자들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투자자 보호에 나서려는 취지"라며 "당장 다음달부터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에게 최대한 신속하게 조정비율 산정과 배상금 지급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라 우리은행의 배상 비율이 구체적으로 얼마가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따르되, 투자자별로 고려할 요소가 많고 개별 협의를 거쳐 최종결정될 사항인 만큼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인 조정 비율을 산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공적 분쟁 조정 절차인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율배상에 나서는 것이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은행은 "법적 검토 등 내부적으로 충분히 검토를 마쳤다"고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그동안 비예금상품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강화된 내부통제 체계를 통해 상대적으로 현저히 적은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거래 고객을 보호하고 분쟁을 방지하고자 금감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숙고해 자율조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자율조정을 통해 투자자 중심의 자산관리 서비스 수준을 한층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