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클라인 "원전, 美 대통령 누가 되더라도 핵심 에너지원될 것"
한국의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 위원장을 지낸 데일 클라인 텍사스대 교수(사진)는 “누가 차기 미국 대통령이 돼도 원자력에너지는 각광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클라인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기인 2006년 7월부터 2010년 3월까지 NRC 위원장 및 위원으로 일했다.

클라인 교수는 21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전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의 생각이 일치하는 몇 안 되는 분야 중 하나”라며 “양당 모두 원전을 에너지원 중 핵심 부분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적으로 원전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며 “갈수록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원전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클라인 교수는 “원전 에너지를 확충하려면 원전을 지을 수 있는 탄탄한 공급망이 확립돼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그러나 미국은 수십 년간 제대로 원전을 짓지 않아 공급망이 완전히 무너져 안정적으로 원자력 에너지 기반을 구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조지아주에 완공한 보글(Vogtle) 원자로 2기는 공급망 등의 문제로 당초 계획보다 6년가량 건설이 늦어져 350억달러의 비용이 더 들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원전 공급망이 탄탄해 원전 확충에 문제가 없다는 게 클라인 교수의 진단이다. 클라인 교수는 “아무리 훌륭한 원전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도 원전 플랜트를 지을 수 있는 공급망을 갖추지 못하고 인력이 없으면 아무 쓸모가 없다”며 “한국의 최대 장점은 그동안 원전 건설을 거의 중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전 공급망이 한 번 무너지면 원래대로 복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년 전 한국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건설을 연기하거나 증설 속도를 늦추기로 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클라인 교수는 “지정학적 이유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해도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미국 같은 나라는 버티지만 한국은 그럴 수 없다”며 “이 때문에 한국은 원전을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원전에 대한 오해가 너무 많기 때문에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등도 국민에게 원전의 장점을 충분히 설명해야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