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주주환원책을 꺼내 드는 중소형 상장사가 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끌어낸 호응을 어깨 넘어 학습한 효과다.

코스닥도 '밸류업 도전'…주주환원책 잇따라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체외 진단 의료기기 업체 휴마시스는 이날부터 오는 6월 18일까지 3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진행한다. 휴마시스는 지난해 영업손실이 524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했지만 전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휴마시스는 2022년 코로나19 확산 시기 항체 진단키트 개발로 주가가 폭등했던 회사다. 당시 최고가에 비해 주가가 75.9% 빠진 상태라 조치가 필요했는데, 마침 시장에 주주환원 바람이 분 것이 계기가 됐다. 자사주 매입 공시 이후 주가는 13.68% 올랐다.

모바일 인증·전자결제 업체인 헥토이노베이션과 헥토파이낸셜도 최근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을 포함한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두 회사는 작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2022년 브랜드 개편 작업 이후 내부 고민이 커졌다. 민앤지·세틀뱅크에서 헥토이노베이션·헥토파이낸셜로 사명을 바꾸며 인지도가 줄고 주식 거래량이 감소한 것이다. 회사 측은 주주환원책을 기반으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겠다는 입장이다. 호텔 업체 아난티는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129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과 소각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아난티는 20년 넘게 배당을 하지 않아 주주들 반발이 컸다. 알엔투테크놀로지(10억원), 에이프로(10억원) 등 소액이나마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곳도 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런 흐름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기업일수록 당국의 정책 방향성에 발 빠르게 대응했기에 대형 가치주에 수급이 먼저 쏠렸지만, 곧 숨 고르기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일본 사례를 봐도 외국인 수급 유입이 주춤해진 이후엔 소외당한 소형 가치주 반등세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