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점진적 강세…기대 눈높이는 낮춰야" 조언
주요 IB "1년 뒤 엔화 가치 6%가량 오를 것"
日 마이너스 금리 탈피에 엔화 강세 전망…과감한 투자는 '글쎄'
일본의 통화정책 전환으로 엔화 가치가 점차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이 19일 분석했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한 데 이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모색할 경우 엔화 예금이나 환전 등을 통한 '엔테크'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투자에 나서더라도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엔저 마무리 국면"
엔화가 이번 일본은행의 결정을 계기로 장기간 이어오던 약세에서 벗어나 추세적인 강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장 전망이다.

KB국민은행 문정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기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미국 달러보다 금리를 높이는 엔화의 점진적 강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2월 엔/달러 환율은 140엔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하며, 엔화와 원화의 동조화 및 미 달러의 점진적 약세를 고려해 원/달러 환율은 1,270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위원 2명이 여전히 완화 기조를 지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연내 추가 금리인상 등의 긴축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우리은행 박형중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전망에 대해 "향후 엔화는 초약세 국면을 마무리하고 점진적인 강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연말로 갈수록 엔화 강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지속, 미국 대선 등 지정학적 이슈 등 엔화 강세 요인이 부각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전망에 대해선 "연말까지 두 차례 내외로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예상한다"며 "연말 기준금리는 0.3%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IB) 8곳은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이 1년 뒤 140엔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날 종가(149.15엔)보다 6% 남짓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 "당장 큰 변화 없어"
점진적인 엔화 강세 전망에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지만, 이를 고려한 과감한 투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엔화 환율이 오르더라도 다른 투자 대안을 고려할 때 대단히 매력적인 투자처라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하나은행 서정훈 연구위원은 "지금 원/엔 재정환율은 방향성이 모호한 상태에서 움직임이 정체돼 있다"며 "새로 투자하기보다는 리스크를 관리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위험관리 차원에서 현금을 보유하면서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지금은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조치만으로 당장 외환시장에서 의미 있는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리 인상 폭이 미미한 데다 국채 금리 안정을 위한 양적 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했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지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신한은행 백석현 연구원도 "엔화 강세를 기대하는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일본 기준금리가 1년 후 0.18%p, 3년 후 0.45%p 등으로 완만하게 인상될 것으로 전망하는 등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에 대한 기대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백 연구원은 "엔화 가치가 상승하려면 더 공격적인 긴축 전망 같은 새로운 계기가 있어야 한다"라며 "장기적으로 엔화 강세가 가능하더라도 속도가 매우 더딜 것으로 예상되는 점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