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통과 3개월·재투표 1개월 만에 다시 국민의힘 주도로 처리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발하며 표결 불참…교육청, 재의 요구 시사
기사회생했던 충남학생인권조례, 한 달 만에 다시 폐지 위기(종합)
충남도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다시 가결하면서 재표결 끝에 극적으로 기사회생했던 학생인권조례가 한 달 만에 다시 폐지 위기에 놓였다.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는 전국 7개 시·도 가운데 처음으로 폐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한 지 3개월만,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이뤄진 재표결을 통해 조례가 부활한 지 1개월 만이다.

◇ 학생인권조례 기사회생 한 달 만에 다시 폐지 위기
충남도의회는 19일 제350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박정식(아산3·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의원 34명에 찬성 34명으로 가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이 강행 처리에 반발, 본회의장을 떠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충남도의회는 도의원 46명 가운데 국민의힘이 33명, 더불어민주당 11명, 무소속 2명으로 구성됐다.

충남학생인권조례는 학생 인권을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로 규정하고, 자유권·평등권·참여권·교육복지권 등을 보호받는다는 내용을 담았다.

교육감은 학생 인권을 보장하는 심의기구로 충남학생인권위원회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센터 등을 두도록 규정했다.

국민의힘 도의원들은 학생인권조례로 인해 다수 학생의 학습권과 교권이 침해되고 있다며 폐지를 추진해왔다.

성적지향과 정체성, 임신·출산과 관련한 잘못된 인권 개념을 추종하고, 학생 권리만 부각하고 책임을 외면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도의회를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은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도 재석의원 44명에 찬성 31명, 반대 13명으로 한차례 가결됐었다.

그러나 폐지 위기를 맞았던 충남학생인권조례는 교육감의 재의 요구로 2개월 만에 극적으로 부활했다.

충남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 폐지로 학생인권 보장이라는 공익이 현저하게 침해된다고 보고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지난달 2일 열린 제349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재표결이 진행됐는데, 재석의원 43명에 찬성 27명·반대 13명·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재의 요구된 안건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무기명으로 이뤄진 이날 투표에서 통과기준인 찬성 29명 이상을 넘지 못한 것이다.

재표결 결과에 따라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폐기됐는데, 국민의힘은 폐지안을 지난달 21일 또 발의해 이번 회기에서 다시 처리한 것이다.

기사회생했던 충남학생인권조례, 한 달 만에 다시 폐지 위기(종합)
◇ 민주당 의원들 반발…교육청, 재의 요구 전망
민주당 의원들은 충분한 논의 없이 같은 사안을 한 달만에 처리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원내대표인 조철기(아산4) 의원은 표결에 앞선 토론에서 "지금처럼 이렇게 무기력하고 참담하고 부끄럽고 답답한 상황이 없었다"며 "'잉크도 마르지 않은' 사항을 아무런 변화도 없이 투표로 결정해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기서(부여1) 의원과 김선태(천안10) 의원도 시간을 가지고 논의하는 게 필요하다며 조례안 처리 강행을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표결이 시작되자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본회의장을 나갔고, 일부 의원들은 "오점으로 남을 것"이라거나 "역사에 남길 부끄러운 투표 하지 않겠다"고 외쳤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라며 맞받아치면서 본회의장이 한때 소란스러워지기도 했다.

교육청은 다시 재의 요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의결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례안이 지방의회를 통과하면 의장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교육감에게 전달해야 하고,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이를 공포해야 한다.

그러나 도의회 의결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하면 교육감은 20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재의를 요구받은 도의회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의결사항이 확정된다.

다만 재의결된 사항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판단되면 교육감은 재의결된 날부터 20일 이내에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충남학생인권의회 역시 도의회 결정을 규탄하며 "성급히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는 게 아닌 개정 또는 새롭게 교권을 위한 조례를 만드는 방향으로 길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학교 현장의 교권 침해가 심각한 만큼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시급하다고 반박했다.

박정식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교사들이 아이들한테 교권 침해를 많이 당하고 있어 시급하다고 생각해 재추진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때까지 계속 조례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달 만에 다시 같은 조례안을 처리한 게) 법률상 문제 되는 점은 없다"며 "현 조례 내용의 70∼80% 이상에서 문제점이 발생할 소지가 있고, 지켜지지 않은 것들이 많아 학생인권조례는 그냥 폐지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