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건없는 토론에 나서면 전공의·학생 설득할 것"
부산대병원 교수들 "시설도 교수도 태부족"…사직 결의(종합)
부산대병원 교수진이 의과대학 정원 2천명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의 지침에 반발해 사직을 결의했다.

부산대 의과대학 교수협의회, 부산대 교수회, 양산부산대병원 교수회는 19일 부산대 양산캠퍼스 의과대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부터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전날 의대 교수 555명에게 사직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으며, 조사에 참여한 356명의 79.5%가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자유민주주의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며 "정부는 직접 필수 의료를 담당해온 교수와 전공의들의 간절한 호소를 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고집해 자유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며 사직 이유를 밝혔다.

이어 "다만 중증 환자를 돌본다던가 응급실을 지켜야 하는 의사들은 끝까지 남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병원 교수들 "시설도 교수도 태부족"…사직 결의(종합)
교수협의회는 의대 교육 체계를 고려했을 때 정부에서 주장하는 2천명 증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년 3천58명을 양성하는 한국의 의대가 1년 만에 2천명을 더 양성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부산대 의대의 경우 강의실, 해부용 시신 실습실 등 시설 모두 현 정원인 125명에 맞춰져 있으며 10∼20%의 여유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시설을 확충하려면 최소 4년 이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또 "지금도 부족한 교육 인력이 갑자기 늘어날 수 없다"며 "한 교과목을 가르치기 위해 30명 이상의 교수가 고도로 협력해 움직여야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증원하면 결국 의대 교육체계의 파국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교수들 "시설도 교수도 태부족"…사직 결의(종합)
현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시위하던 한 교수는 "정부에서는 교원을 늘리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수 인력을 늘리는 게 아니라 진료만 담당하는 교수에게 수업을 맡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빈 강의실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교수들은 흰색 가운을, 의대생들은 검은 계열의 옷을 입은 채 '의사는 국민을 이길 생각이 없습니다', '대통령은 대화에 나서라'는 내용의 팻말을 들었다.

교수협의회는 재차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교수들은 끝까지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며 "정부가 조건 없는 토론에 나선다면, 전공의와 학생들을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대병원은 지난 11일 정부에 조건 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