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불공정한 가짜 선거" 규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러 국민, 민주주의에 헌신" 편들기
'5선 차르' 푸틴에 서방 "독재 우려"…친러 진영은 "환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대선에서 '5선 고지'에 올라서며 종신 집권의 길을 연 데 대해 국제사회는 두쪽으로 갈라진 채 엇갈린 반응을 내놓았다.

서방은 비밀투표를 보장할 수 없는 투명한 투표함이 쓰였고, 우크라이나 내 4개 점령지에서도 투표가 시행됐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아 불공정 선거라고 몰아세웠다.

특히 2000·2004·2012·2018년에 이어 대선에서 또다시 승리한 푸틴 대통령이 2030년까지 6년간 집권 5기를 확정함으로써 현대판 '차르'(황제)를 방불케하는 장기집권을 실현한 것에 비판이 집중됐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존 커비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푸틴이 정적들을 투옥하고 다른 이들이 자신에게 맞서 출마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 선거는 명백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2022년 2월부터 3년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며칠간 러시아 독재자가 또다른 선거를 치르는 시늉을 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 인물(푸틴)은 그저 권력에 젖어 영원한 통치를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 전 세계인 앞에 명백해졌다"면서 "이런 선거 흉내에는 정당성이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이 인물은 헤이그(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그것이 이뤄지도록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5선 차르' 푸틴에 서방 "독재 우려"…친러 진영은 "환영"
독일 외교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에서 치러진 가짜(pseudo) 선거는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았으며, 그 결과는 누구도 놀라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고, 그는 검열과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

우크라이나내 점령지에서의 '선거'는 무가치하고 법적 효력이 없으며, 또다른 국제법 위반 행위였다"고 덧붙였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대변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의 재선 승리를 축하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에서 투표가 종료됐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는 불법적으로 선거를 실시됐고, 유권자에겐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으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의 독립적 선거감시도 없었다.

이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대러 최전선 국가인 폴란드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3월 15-17일 러시아에서 이른바 대선이 치러졌다.

투표는 (러시아) 사회를 극도로 억압한 채 치러졌고, 이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선택을 불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반면, 친러 성향의 국가에선 푸틴 대통령의 재선을 환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반 길 베네수엘라 외교장관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국민을 대표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그의 정치운동이 거둔 압도적 선거 승리를 축하했다"고 전했다.

'5선 차르' 푸틴에 서방 "독재 우려"…친러 진영은 "환영"
길 장관은 "(마두로 대통령은) 영광스러운 러시아 국민이 높은 (선거) 참여율을 통해 민주주의에 헌신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7월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3선에 도전한다.

그는 2018년 재선 당시에도 불법 부정선거 논란이 일었으며, 마두로 당국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유력한 대항마였던 야권 대선후보 벤테 베네수엘라(VV) 정책고문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한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 국내에서도 당분간 여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15일부터 사흘간 이어진 선거에서는 투표함에 녹색 액체를 쏟거나 투표소 방화를 시도한 사례가 나타났고, 투표 마지막 날에는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자들이 주도한 '푸틴에 맞서는 정오' 시위가 열렸다.

나발니의 측근이자 러시아 고위층의 부정부패를 폭로해 온 단체 '반부패 재단'의 의장인 레오니드 볼코프는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푸틴의 (압도적 득표) 비율은 현실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반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과거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블라디미르 푸틴의 인상적인 선거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 국영방송들은 '대통령을 향한 거대한 지지', '믿을 수 없는 수준의 단결' 등 표현을 동원해 가며 푸틴 대통령의 승리를 찬양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