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가 새로 선박을 건조할 때 가격인 ‘신조선가지수’의 향방을 알려주는 지표 ‘중고선가’가 다시 뛰고 있다. ‘홍해 사태’ 등으로 해상 운임이 오르자 배를 더 구하려는 선사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중고선가 다시 뛴다…신조선가도 탄력
17일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고선을 구매하는 가격지수(중고선가지수)는 3월 평균 165를 기록했다. 2021년 183에서 2022년 146으로 떨어진 이후 올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해상 운임이 올라 선사마다 더 많은 배를 노선에 투입하려고 하지만 조선사 도크가 꽉 찬 상태라 중고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대표적 해상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5일 1772.92로 1년 전보다 95% 올랐고 벌크선운임지수(BDI)도 13일 2370으로 작년 3월보다 47.8% 상승했다.

중고선가 상승은 향후 신규 선박을 발주하는 수요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신조선가의 향방을 보여주는 선행지표로 꼽힌다. 유조선 등 탱크선과 원자재를 운반하는 벌크선의 중고선가가 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달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중고선 가격은 작년 말보다 11% 올랐고 케이프사이즈(15만t급) 벌크선 가격은 선령별로 13~33% 상승했다. 이 덕분에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에도 이런 선박 발주가 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간은 최근 신조선가(2억6500만달러)보다 높은 2억7000만달러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중고로 팔았다. JP모간은 중고선 판매 또는 용선으로도 수익을 내고 있다. 이 영향으로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15일 183을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처음으로 180을 넘었다. 역대 최고점인 2008년 8월 지수(191.51)에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신조선가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폐선 스크랩(고철) 가격’은 2년 전보다 20% 내렸지만 신규 선박 수요는 견조하다는 게 조선사들의 설명이다. 선사들은 통상 20~30년 운항한 선박을 폐기하고 새로 건조하는데, 스크랩 가격이 높으면 신규 건조 비용이 줄어들어 오히려 발주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