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71)의 5선을 확정짓는 러시아 대선 투표가 15일 시작됐다. 주요 정적을 제거한 뒤 치르는 선거인 만큼 푸틴 대통령이 ‘30년 장기 집권’에 성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년 집권' 나선 푸틴…대선 득표율 80% 넘길까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대선 투표는 이날 오전 8시 가장 동쪽 지역인 추코트카자치구·캄차카주에서 시작해 17일 오후 8시 최서단 칼리닌그라드에서 끝난다.

이번 대선에는 푸틴 대통령 외에도 3명의 친(親)푸틴 후보자들이 출마했다. 러시아 여론조사센터 브치옴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예상 득표율은 82%로 집계됐다. 니콜라이 하리토노프(러시아공산당·6%),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신인민당·6%), 레오니트 슬루츠키(자유민주당·5%)의 예상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그친다.

푸틴 대통령을 위협하는 세력은 사실상 모두 제거됐다. 반푸틴 세력으로 꼽힌 알렉세이 나발니는 지난달 옥중에서 사망했고, 2022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인권운동가 올레크 오를로프는 러시아군을 비판하는 글을 썼다는 죄목으로 수감됐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면 이오시프 스탈린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의 29년 집권 기록을 깰 전망이다. 푸틴은 2000년 첫 집권에 성공한 뒤 2008년까지 연임하고,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에게 권좌를 넘겨줬다. 3선 연임을 금지한 러시아 헌법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푸틴은 대통령 임기를 4년에서 6년으로 늘리도록 헌법을 개정했다. 2012년 대통령직에 복귀해 2018년까지 연임했고, 대통령 임기를 두 번 더 할 수 있도록 2021년 헌법을 바꿔 사실상 2036년까지 장기 집권의 길을 열어뒀다.

러시아가 전쟁을 통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을 점령하면서 도네츠크·루한스크·자포리자·헤르손 4개 주에서 선거를 시행한다. BBC는 러시아 선거 요원과 총을 든 경비병들이 점령지에서 민가 문을 두드리며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이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선거를 조작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는 완전히 불법이며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