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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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6년간 일한 전도사에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교회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교회는 앞선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된 데 이어 이후 진행된 민사소송에서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서부지법 김나경 판사는 전도사 A씨가 B교회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김 판사는 "교회는 A씨에게 69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신학교와 목회대학을 나와 성직자 정규교육을 받은 뒤 2012년 10월 B교회에 전도사로 채용됐다. 근로시간이 아닌 오전 4시부터 7시까지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해 차를 몰기도 했다.

A씨는 2018년 6월 사직했지만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과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 검찰은 B교회 담임목사를 근로기준법·퇴직급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전도사도 근로자에 해당한다"면서 목사에게 선고된 벌금 700만원을 확정했다.

A씨는 형사판결을 토대로 B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 금액은 미지급 수당 4925만원,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 227만원, 퇴직금 1722만원 등 총 6874만원에 이른다. 법원은 A씨가 청구한 금액 모두를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A씨는 목사 지시에 따라 행정 업무를 처리했고 매주 사역보고서와 목회계획서을 보고하는 등 B교회로부터 직·간접적 지시·감독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는 B교회로부터 고정적으로 일정 금원을 사례금 명목으로 지급받았는데 이는 명칭과 무관하게 근로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종교인의 '근로자성'을 다툰 사례는 사찰에서도 있었다. 한 승려는 충남의 한 사찰에서 노전(爐殿) 승려로 1년간 예불 등의 업무를 맡았다. 이 승려는 2019년 부당해고를 당했다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심 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지만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승려의 업무 내용과 근무시간·장소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판단근거로 제시됐다. 또 사찰 측이 두 차례 범종을 타종하지 않고 새벽 예불을 집전하지 않은 해당 승려에게 '기도 소임을 면하게 한다'고 통지한 것을 업무상 지시로 봤다.

당시 2심은 "(이 승려가) 집전한 예불은 집단적 종교의식으로 공개된 곳에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정해진 방식으로 해야 하고 편의에 따라 생략할 수 없어 근로기준법상 정신노동과 육체노동 모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은 2022년 승려도 근로자라는 판단을 확정했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최근 근로자성을 폭넓게 인정하는 추세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전에는 실적에 따라 수입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특정 사업장에 전속된 상태인지,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피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수입 추이나 소득세 납부, 4대보험 가입 여부 등이 부차적 징표로 빠지면서 근로자성을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성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예전에는 월별 수입이 계속 변하고 실적급을 기반으로 하면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사례가 많았는데 요즘엔 이 부분을 민감하게 보지 않는 것 같다"며 "최근 사례들을 보면 전속적·계속적으로 근무하는지, 상당한 지휘·감독이 있는지가 근로자성 인정 징표로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