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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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과 친구들에게 무료로 음료수 사이즈업을 해준 직원을 홧김에 즉시 해고한 카페 사장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사장은 "비위행위를 저질렀는데 수당을 줄 이유가 없다"고 맞섰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전문가들은 "직원의 비위 행위를 적발했을 때 손해 금액을 임의로 산정해 임금에서 공제하고 홧김에 즉시해고하는 일이 많은데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달기사 남친에 무료 사이즈업 해준 알바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제7형사부는 최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카페사장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A에 벌금 50만원을 선고된 원심을 인용했다.

용인시에서 직원 두 명을 두고 카페를 운영하는 A사장은 2021년 1월 여직원 B씨를 새로 뽑았다. B씨가 6개월가량 근무하던 7월 어느 날, A사장은 카페에 수요일마다 나오는 다른 알바 직원으로부터 " B씨가 배달기사인 남자친구에게 사이즈가 큰 음료를 준다"는 제보를 받았다. 생과일 음료 한 잔 가격이 큰 사이즈는 7000원, 일반은 6000원이기 때문에 주문건별로 1000원씩 혜택을 준 셈이다.

화가 난 A사장은 7월 어느 날 밤 "막 퍼주는 카페로 소문이 났다. 배달 기사가 남자친구라고 주스를 막 준다"며 B씨에게 다음날부터 나오지 말라고 '즉시 해고'를 통보했다. A는 이어 자신이 피해를 본 금액이라며 10만원을 임금에서 공제했다.

이에 B씨는 A를 해고예고수당 미지급과 10만원 임금체불 혐의 등을 이유로 고소했다.

A사장은 경찰과 고용노동청조사 과정에서 "B씨가 카페와 거래하는 배달업체 기사들 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음료를 사이즈업해서 제공한 사실을 1주일 전부터 알게 돼 지켜보다 해고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A사장은 피해 금액을 정확하게 확정하지 못했다. A는 "기사들과 B씨가 친해진 게 6월 초중순 경이고, 매일 방문해서 음료를 마신 횟수를 고려하면 전체 피해 금액이 10~20만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선 "기간을 특정할 수 없지만 남자친구와 기사들이 가게를 방문한 횟수를 보면 최소 100만 원은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을 바꿨다.

결국 검찰은 A를 해고예고수당 184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점, 임금에서 10만원을 공제한 점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통상임금 30일치' 해고예고수당 뭐길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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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 과정에서는 B의 '해고예고수당'이 핵심 쟁점이 됐다. 근로기준법 제26조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30일간의 해고 예고기간을 두거나 최소 30일분의 통상임금을 '예고 수당'으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갑작스러운 실직의 위험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다만 근로기준법 26조 단서는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엔 이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별표1)은 해고 예고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는 근로자의 귀책사유’로 △직책을 이용해 공금을 횡령 또는 배임한 경우 △제품 또는 원료 등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경우를 들고 있다.

A는 재판 과정에서 "B가 제품을 몰래 훔치거나 반출한 경우"라며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해고 예고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고예고제도의 입법 취지나 중요성에 비춰 보면, 해고예고의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자 B가 일부 배달 기사들에게 결재 내용보다 큰 용량의 음료를 제공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B의 비위행위는 (무료로 준 게 아니고) 결재 보다 큰 용량의 음료를 제공하거나 가격이 높은 음료를 제공한 것이고 카페를 자주 찾는 배달기사들에게 한정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금을 횡령 또는 배임한 행위’라거나 ‘제품을 몰래 훔치거나 불법 반출한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부정행위가 이뤄진 기간, 횟수, 품목 등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피해 금액에 관해서도 별다른 기준 없이 단순히 주관적인 추측 또는 어림짐작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평소에 A가 아르바이트생들에게 ‘단골에 서비스 드리라’고 말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A는 "기사들은 단골이 아니라 엄연한 거래처 직원"이라고 반박했지만, 법원은 "B가 서비스를 허용한 범위가 불명확해 오해의 소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비위행위를 알게 된 게 7일 내지 10일 정도에 불과하고, 비위행위가 A의 지침에 관한 오해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고 재산적 피해가 막대하다고 볼 수 없었던 상황인데도 A는 갑작스럽게 해고를 하기 전에 미리 비위행위에 관하여 경고하거나 주의를 주는 등의 사전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라고도 지적했다.

○홧김에 즉시 해고는 '부메랑'

비위를 저지른 근로자와 분쟁을 겪는 사업주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이다. 비위를 저지른 직원과 신뢰가 깨지면 한순간도 같이 있기 싫을 수밖에 없다.

특히 "근로자가 잘못을 저질렀는데 손해배상도 부족할 판국에 무슨 수당이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사유 중 하나인 근로자의 귀책사유는 가급적 엄격하게 해석하는 게 앞서 살펴 본 법원의 확고한 입장이다.

그밖에 근로자가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이거나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게 불가능한 경우에는 지급하지 않을 수 있다. 해고예고수당은 한달치 월급이 아니라 '30일치 통상임금'인 점도 알아둬야 한다.

손해 본 금액을 퇴사 근로자의 임금에서 무단으로 공제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A사장 처럼 제대로 피해 금액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임금을 공제하면 임금체불로 적발되기 딱 좋다. 설사 피해 금액이 특정됐어도 추후 별도의 소송 등 구제 절차를 거쳐 받아내는 게 좋다.

특히 B가 근로 도중에 즉시 해고당했다면, 그날 근로한 시간급까지 깔끔하게 챙겨줘야 불필요한 법적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징계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당해고, 해고예고수당 미지급, 임금 공제 등 근로기준법 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가 앞서 사례처럼 벌금형에 처해지면서 본의 아니게 전과자가 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비위행위를 발견해도 철저하게 증거를 기반으로 징계 절차를 거쳐 냉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