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중남미 최대 방산박람회 참가신청 이스라엘 9개 기업 거부
"전쟁중에 무기 전시 웬말"…칠레, 이스라엘 방산기업에 '퇴짜'
칠레 정부가 중남미 최대 방산 박람회에 이스라엘 업체들의 참가를 제외키로 하면서, 칠레와 이스라엘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실 및 국방부 소셜미디어와 칠레 일간지 라테르세라 보도 등을 종합하면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정부는 다음 달 9∼14일 산티아고 아르투로 메리노 베니테스 국제 공항 일원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우주전시회(FIDAE)에 이스라엘 업체를 제외했다.

보리치 대통령은 관련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제한 뒤 "이스라엘 기업들이 칠레에 와서 무기를 전시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며 일관성도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칠레 국제항공우주전시회는 중남미 최대 규모 방산 관련 박람회다.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련 업체들이 대거 참가하는데, 이스라엘 기업들도 그간 꾸준히 홍보 부스를 차렸다.

올해 전시회에도 이스라엘 업체 9곳이 참가 의향을 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일간지인 라테르세라는 이들 9개 업체가 "칠레 정부의 자의적인 차별은 시정돼야 한다"는 취지로 법원에 참가 허용을 구하는 일종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당국도 발끈하고 있다.

길 아르첼리 칠레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칠레 정부의 이번 방침이 처음 알려진 지난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국방과 안보뿐만 아니라 물관리, 농업, 보건, 학술 교류, 과학 기술 등 다른 분야에서도 70년 넘게 이어진 양국 관계를 손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국면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표출된 칠레의 '반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칠레는 지난 1월 멕시코와 함께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이스라엘의 전쟁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고, 지난해 10월 말에는 호르헤 카르바할 이스라엘 주재 칠레 대사를 자국으로 불러들였다.

2022년에는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서 10대를 숨지게 한 이스라엘군에 대해 항의 차원에서 보리치 대통령이 자국에 부임한 아르첼리 이스라엘 대사의 신임장을 한동안 받지 않기도 했다.

칠레는 아랍권 밖에서 팔레스타인계 인구(약 50만명)가 가장 많은 국가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