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거래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5.19포인트(0.94%) 오른 2,718.76에, 코스닥은 2.41포인트(0.27%) 내린 887.52에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3.10원 오른 1,317.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1년11개월 만에 2700선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인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이들은 해외 증시와 암호화폐로 눈을 돌리고 있다.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8033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개인투자자는 9조807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8.89% 올랐다.개인투자자는 현재 증시가 박스권 상단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지수가 장기간 2400~2600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며 “개인투자자는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매도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국내 증시에서 이탈한 개인투자자 자금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증시로 향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올 들어 미국 주식과 일본 주식을 각각 28억8856만달러(약 3조8000억원), 2억6095만달러(약 3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미국 주식은 3개월 연속, 일본 주식은 12개월 연속 순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암호화폐에도 자금이 대거 유입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오후 기준 비트코인의 ‘김치 프리미엄’은 7.2% 수준에 형성돼 있다. 김치 프리미엄이란 국내 투자자가 암호화폐를 사려고 몰리면서 국내 거래소의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뜻한다. 김치 프리미엄은 그동안 1~3%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7~8% 수준까지 높아졌다. 암호화폐 투자자가 그만큼 늘었음을 의미한다.해외 암호화폐 관련주의 매수세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1억133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미국 주식 순매수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세계에서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다.전효성 기자 zeon@hankyung.com
“외국인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매일 밤 전화를 받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가 생각보다 상당해요.”(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한국 증시가 일본처럼 레벨업할 것이란 시각이 많아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는 일단 사두자는 분위기입니다.”(이세철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리서치센터장)14일 코스피지수가 2700을 돌파한 직접적 원인은 국민연금공단 등 연기금들의 등판이다. 하지만 연초부터 따져보면 외국인이 유례없는 규모로 국내 주식을 사들인 것이 가장 큰 동력이 됐다. 정부가 주주환원 강화 정책에 팔을 걷어붙인 데 이어 상속세 등 세제 인센티브와 경영권 방어 장치 도입 가능성까지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한국 증시가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한 외국계 투자은행 대표는 “이 동력을 잘 살리면 그동안 변방에 있던 한국 증시가 중심부로 옮겨가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저PBR 테마가 불붙였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 들어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2조2044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1998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뒤 사상 최대 규모다.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는 뜻밖이란 평가가 많다. 올해 초만 해도 한국 증시엔 비관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고, 기업의 실적 전망은 계속해서 낮아졌다. 올 1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기술주 랠리가 펼쳐졌지만, 한국 증시만 소외되기도 했다.반전의 계기는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었다. 1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운을 뗀 뒤 금융당국의 세부안은 급물살을 탔다. 이는 지난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JPX)의 상장사 저평가 개선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989년 거품경제 시절을 넘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한 헤지펀드 운용사 대표는 “과거 일본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을 때 많은 외국인이 의심하다가 투자 기회를 놓쳤다”며 “한국 시장에선 먼저 올라타겠다고 작정하고 들어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홍콩과 싱가포르의 펀드매니저들이 한국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에 큰 관심을 보였다”며 “이들이 자신이 몸담은 외국계 기관을 설득해 한국 증시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했다.여기에 정부도 ‘밸류업 세일즈’에 나서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졌다. 최근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주관으로 열린 한국 시장 관련 기업설명회(IR)에 참석한 기획재정부 고위급 관료는 “밸류업 프로그램 등 정부의 증시 활성화 노력은 일회성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관 자금 가세, 연내 3000 갈까실제 외국인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은 저평가 종목을 ‘입도선매’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종목만 편식하던 과거와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 올해 가장 많이 사들인 10개 종목 중 현대자동차(PBR 0.73배), 삼성물산(0.86배), KB금융(0.64배), 우리금융지주(0.37배), 삼성생명(0.81배) 등 절반이 PBR 1배 이하였다.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도 한국 증시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있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성장 기대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증가로 이어지는 분위기다.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고 있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931억원, 1조1243억원어치 순매수했다.최근엔 한동안 국내 증시를 외면하던 기관도 매수세에 가세했다. 연기금은 이날 273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일간 기준으론 2년3개월 만의 최대치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한국거래소가 밸류업 프로그램 관련 지수를 조만간 발표하고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오면 기관 자금이 쏟아져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최만수/김익환 기자 bebop@hankyung.com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코스닥시장 대장주들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모두가 수급 개선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을 기대했지만, 투자자 관심에서 멀어지면 호실적에도 주가가 휘청인다. 전문가들은 단기 투자냐, 장기 투자냐에 따라 이전 상장 업체 접근 방식을 달리할 것을 권한다.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차전지 업체 엘앤에프는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한 지난 1월 29일 이후 현재까지 17.16% 올랐다. 작년 영업이익 기준 적자로 돌아섰지만 순환매 장세 속 2차전지 바닥 기대에 자금이 몰렸다. 반면 1월 2일 이전 상장한 포스코DX는 현재까지 18.1%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늘었지만, 스마트팩토리 업종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탓으로 풀이된다.유가증권시장으로 옮긴 지 7개월 된 나이스평가정보는 자사주 소각 계획을 발표한 작년 11월부터 21.02% 뛰었다. 작년 영업이익이 줄었지만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시장 이전 효과는 시간이 흐르면서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결국 실적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SK오션플랜트는 1년 전 유가증권시장에 이전 상장한 이후 38.9% 빠졌다. 올해 1월 내놓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탓이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전 상장 업체들은 초기엔 순간적인 모멘텀이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당 회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