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한동훈 효과’와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상승세를 타던 국민의힘이 총선을 4주가량 앞두고 위기감에 휩싸였다. 민주당 등 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다. 한동훈 효과가 퇴색하는 가운데 여전히 높은 정권 심판론과 조국혁신당 창당에 따른 야권 지지자 결집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를 기록해 전주(40%)보다 떨어졌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지난해 말 이후 이어져온 당 지지도 상승세가 일단 꺾이는 모양새다.

여당 안팎에서는 한동훈 효과가 임계치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한 위원장 취임 이후 이뤄진 중도 확장이 한계에 이르렀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운동권 정치인이 싫어 여당을 지지할 이들의 결집은 이미 끝났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한 위원장의 메시지는 과거와 다르지 않아 추가 지지층 확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5·18 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을 일으킨 도태우 후보(대구 중·남구)를 교체하지 못하면서 리더십 한계를 표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11일 도 후보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지만 공천관리위원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권 심판 여론이 여전한 것도 부담이다. 서울 및 수도권 주민을 대상으로 이달 8~9일 이뤄진 한겨레·글로벌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야당에 투표하겠다’는 의견이 53%로 ‘국정 운영 뒷받침을 위해 여당에 투표하겠다’는 의견(41%)을 크게 앞섰다. 조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10%포인트 이상 정권심판론이 높다.

특히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10일 출국한 것도 여론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 대사 출국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가치인 공정과 법치를 훼손한 것”이라며 “한 위원장도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여당 지지세까지 약화시켰다”고 분석했다.

지난주까지 여당이 반사효과를 봤던 민주당 내 분란도 일단락됐다. 여기에 조국혁신당 효과가 더해지며 야권 지지자가 결집하고 있다. 공천 갈등으로 주춤했던 야권이 정권심판론으로 판세 전환을 시도하면서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가 희미해지고 ‘윤석열 대 조국·이재명’ 구도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12일 선거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기대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안철수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 등을 공동 선대위원장에 임명했지만, 공천 과정에서 이 대표와 각을 세워온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선대위에 영입한 민주당에 비해 감동이 덜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이 더욱 적극적으로 중도층을 끌어안아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기존 지지층 결집에만 힘을 쏟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이 대표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네거티브 전략 대신 중도층의 마음을 잡을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운 유승민 전 의원, 하태경 의원 등에게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마음을 정하지 못한 20~30대와 50대 화이트칼라의 지지를 얻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노경목/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