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재발방지책…"소방 지휘관 현장 경험 높여야"(종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장 경험 짧은 지휘관 문제 지속 제기…불 잘타는 샌드위치 패널 개선 지적도
교육·평가 강화 방침에 "면허증 땄다고 바로 운전?…경험 뒷받침돼야 역량 향상" 소방당국이 올해 1월 말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13일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내놨지만, 일선 소방공무원 사이에서는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청이 이날 합동 조사 결과와 함께 내놓은 재발방지책에는 소방대원 안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전면 개정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장 외벽 소재인 샌드위치 패널 건축구조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현장 대원들이 소음과 장비착용에도 무전통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통신장비 송·수신 기능을 개선하고, 소방공무원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 평가·인증을 승진과 보직관리의 필수요건에 담겠다고 제시했다.
고립위험 대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한 신속동료구조팀(RIT) 운영 재정비, 화재진압-구조대원 간 전술적 연계 강화, 소방수요를 고려한 효율적 인력 재배치 방안 등도 내놨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이 지속해 제기돼온 소방 지휘관의 현장 경험 강화 안은 이번 재발방지책에서도 빠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지휘팀장이나 지휘단장, 소방서장을 맡는 간부들의 현장 경험 부족을 소방관 사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꼽아왔다.
특히 소방 간부후보 출신의 경우 외근보다는 내근 업무로 경력을 채우는 경우가 많고, 승진 속도가 빠르다 보니 현장 경험을 쌓을 시간이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평균 총 근무경력은 20년 6개월로, 이중 평균 현장 근무경력은 3년 7개월이었다.
이 중 2년 9개월은 센터장 등으로 근무해 실제 구조나 구급, 화재진압 현장에서 활동한 경력은 평균 10개월에 그쳤다.
이에 반해 비 소방간부후보생 출신 소방령 이상 간부 828명의 평균 총 근무 기간은 29년 5개월로 현장 근무경력은 12년 10개월이었다.
이중 센터장 근무 3년을 빼더라도 화재진압 등 실제 현장 근무 경력은 9년 10개월로 소방 간부후보생 출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일선 소방관은 "이번 소방청 재발 방지대책에는 현장 지휘관 자질 향상에 관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서 "간부후보생 출신이 1년간 외근 부서에서 근무토록 한 규정을 최소 5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현장경험 10년 미만은 소방서장 보직 제한을 한다"면서 "우리도 지휘팀장과 단장, 소방서장의 보직 요건에 현장경력을 필수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방청은 이날 소방대원의 안전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SOP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이면서도 일반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소방청은 개선되는 SOP에 따라 현장 지휘관이 대원들의 보호 이익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냉철하게 판단해 건물 진입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의 평가와 인증을 필수화해 역량을 갖춘 간부가 소방서장이나 지휘팀장 보직을 맡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두고도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일선 소방관은 "지금도 인명 구조사 등 평가인증제가 있지만 그게 있다고 현장 대응 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운전면허를 땄다고 다 운전을 잘하는 게 아니듯 경험이 뒷받침해줘야 대응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했다.
합동 조사 결과 공장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구조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이 옮겨붙으면 연소가 급격히 확산해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준다.
고진영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소방청이 내놓은 대책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문경 순직사고 같은 경우 샌드위치 패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샌드위치 패널로 준불연재를 쓸 수 있지만, 이를 난연재 등급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훈련이나 평가를 개선해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화재 현장의 건물 취약성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
교육·평가 강화 방침에 "면허증 땄다고 바로 운전?…경험 뒷받침돼야 역량 향상" 소방당국이 올해 1월 말 경북 문경 육가공 공장에서 발생한 소방관 순직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고자 13일 다양한 재발방지책을 내놨지만, 일선 소방공무원 사이에서는 정작 알맹이가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방청이 이날 합동 조사 결과와 함께 내놓은 재발방지책에는 소방대원 안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전면 개정하고, 국토교통부와 협의해 공장 외벽 소재인 샌드위치 패널 건축구조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현장 대원들이 소음과 장비착용에도 무전통신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통신장비 송·수신 기능을 개선하고, 소방공무원 신임 교육부터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 평가·인증을 승진과 보직관리의 필수요건에 담겠다고 제시했다.
고립위험 대원의 신속한 구조를 위한 신속동료구조팀(RIT) 운영 재정비, 화재진압-구조대원 간 전술적 연계 강화, 소방수요를 고려한 효율적 인력 재배치 방안 등도 내놨다.
하지만 일선 소방관들이 지속해 제기돼온 소방 지휘관의 현장 경험 강화 안은 이번 재발방지책에서도 빠졌다.
일선 소방관들은 화재 등 사고 현장에서 지휘팀장이나 지휘단장, 소방서장을 맡는 간부들의 현장 경험 부족을 소방관 사상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인으로 꼽아왔다.
특히 소방 간부후보 출신의 경우 외근보다는 내근 업무로 경력을 채우는 경우가 많고, 승진 속도가 빠르다 보니 현장 경험을 쌓을 시간이나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2021년 국정감사 당시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낸 자료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평균 총 근무경력은 20년 6개월로, 이중 평균 현장 근무경력은 3년 7개월이었다.
이 중 2년 9개월은 센터장 등으로 근무해 실제 구조나 구급, 화재진압 현장에서 활동한 경력은 평균 10개월에 그쳤다.
이에 반해 비 소방간부후보생 출신 소방령 이상 간부 828명의 평균 총 근무 기간은 29년 5개월로 현장 근무경력은 12년 10개월이었다.
이중 센터장 근무 3년을 빼더라도 화재진압 등 실제 현장 근무 경력은 9년 10개월로 소방 간부후보생 출신과 큰 차이를 보였다.
한 일선 소방관은 "이번 소방청 재발 방지대책에는 현장 지휘관 자질 향상에 관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면서 "간부후보생 출신이 1년간 외근 부서에서 근무토록 한 규정을 최소 5년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외국의 경우 현장경험 10년 미만은 소방서장 보직 제한을 한다"면서 "우리도 지휘팀장과 단장, 소방서장의 보직 요건에 현장경력을 필수 요소로 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소방청은 이날 소방대원의 안전을 중심으로 '재난현장 표준작전절차(SOP)'를 전면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SOP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이면서도 일반적인 지침을 담고 있다.
소방청은 개선되는 SOP에 따라 현장 지휘관이 대원들의 보호 이익과 감수해야 할 위험을 냉철하게 판단해 건물 진입여부 등을 결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단계별 직무역량 교육의 평가와 인증을 필수화해 역량을 갖춘 간부가 소방서장이나 지휘팀장 보직을 맡을 수 있게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두고도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대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일선 소방관은 "지금도 인명 구조사 등 평가인증제가 있지만 그게 있다고 현장 대응 능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며 "운전면허를 땄다고 다 운전을 잘하는 게 아니듯 경험이 뒷받침해줘야 대응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라고 했다.
합동 조사 결과 공장 건물의 샌드위치 패널구조가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적됐는데, 이를 개선할 수 있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이 옮겨붙으면 연소가 급격히 확산해 소방대원들의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을 준다.
고진영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 위원장은 "소방청이 내놓은 대책을 근본적인 대책으로 보기가 어렵다"며 "문경 순직사고 같은 경우 샌드위치 패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샌드위치 패널로 준불연재를 쓸 수 있지만, 이를 난연재 등급으로 상향할 필요가 있다"며 "교육훈련이나 평가를 개선해 아무리 잘한다고 한들 화재 현장의 건물 취약성 문제를 해소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