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TSMC SK하이닉스 등 국내외 인공지능(AI)·반도체주가 연일 급등하면서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1년 만에 두 배 이상 오른 ETF도 나왔다. 하지만 편입 종목과 비중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다. 엔비디아를 얼마나 많이 담았는지, 중국 반도체 종목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 따라 확 갈린다. ETF에 담긴 종목과 비중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엔비디아 담은 ETF ‘훨훨’

쏟아지는 AI·반도체 ETF…수익률은 극과극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글로벌반도체TOP4Plus SOLACTIVE’의 최근 1년간 수익률은 102.26%에 달한다. 국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인 ETF(레버리지 제외) 중 상승률 1위다. 최근 3개월 동안에도 49.8%가 올랐다.

이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이 ETF 브랜드를 ‘KINDEX’에서 ‘ACE’로 바꾼 뒤 가장 먼저 선보인 야심작이다. 반도체산업 분야를 메모리, 비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장비 업체로 나눠 부문별 글로벌 1위 기업인 삼성전자(13.9%), 엔비디아(24.9%), TSMC(21.4%), ASML(21.4%) 등 4종목에 집중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배재규 한투운용 사장은 “엔비디아는 최근 주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측면에서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며 “퇴직연금 계좌 등을 활용해 빅테크 상위 7개 기업이나 글로벌 반도체 톱 4개 기업에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KODEX 미국반도체MV’는 1년 수익률 94.22%로 뒤를 이었다. 이 ETF도 엔비디아 비중이 26.4%로 가장 높지만 AMD(5.9%), 브로드컴(5.5%),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4.3%), 램리서치(4.2%) 등 다양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분산투자 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중국 한국 AI ETF는 한숨

엔비디아의 초강세가 부담스럽다면 차세대 AI 종목으로 구성된 ETF도 주목할 만하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 출시한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도 올해 수익률 30.9%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 상품은 영국의 반도체 디자인회사 ARM, 미국의 액침냉각업체 슈퍼마이크로컴퓨터, AI데이터 분석회사 팔란티어 등을 각각 4~5% 담고 있다. 삼성전자 대신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앞서가고 있는 SK하이닉스만 편입한 것도 특징이다.

반면 AI나 반도체 ETF로 분류되는데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도 있다. ‘KBSTAR AI&로봇’은 올해 수익률이 -12.94%로 부진하다. 이 ETF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주를 담지 않고 레인보우로보틱스(6.3%), 두산로보틱스(6%), 네이버(5.5%) 등 국내 주식 위주로 투자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비오 테크놀로지, THM 등 중국 반도체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TIGER차이나반도체FACTSET’도 1년 수익률이 -21.59%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한 자산운용사 ETF 본부장은 “글로벌 AI·반도체 강세에 편승해 ETF 상품이 우후죽순식으로 출시되고 있다”며 “편입 종목에 따라 수익률이 크게 차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잘 분석해 보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