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시즌2' 대법 전합 판결 10년만에 뒤집히나
대법원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의 효력을 인정하고, 그와 같은 조건이 부가된 임금은 고정성을 결여하였으므로 성질상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하였음

대법원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통상적으로 제공하는 근로인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한다고 판단하였다. 고정적인 임금이란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그 다음 날 퇴직한다 하더라도 그 하루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으로 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말하므로,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은 고정성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 고정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또한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임금을 지급하는 조건의 효력에 대하여도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급일 기타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기로 정해져 있는 임금은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특정 시점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아니하는 반면, 그 특정 시점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이를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여 그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그러한 임금은 이른바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의 성질을 가지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그 특정 시점이 도래하기 전에 퇴직하면 당해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여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연장·야간·휴일 근로를 제공하는 시점에서 그 지급조건이 성취될지 여부가 불확실하여 고정성도 결여한 것이다.


당시 정기상여금을 지급하던 수많은 기업들은 상당한 금액이 일시에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재무적인 충격이 올 수 있었으므로, 정부 지침 및 노사합의를 토대로 대응방안을 마련하였음

정부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복잡한 임금구조를 정비하고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현안 과제라고 보고, 노사간 교섭에 있어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마련하여 배포하였다. 지침에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한정하여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이 부정되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지도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침과 정기상여금 전액을 일시에 통상임금에 산입하기에 어려운 기업의 현실적인 상황이 맞물려, 많은 기업들이 정기상여금 중 일부를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기존의 정기상여금을 성과급으로 전환하거나 지급조건을 변경하여 다른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노사 간 합의하였는데 당시 기사로도 확인된다(한국경제 2014년 11월 12일자).

가령 상여금 750% 중 600%를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재직자 요건을 부가하여 설, 여름휴가, 추석상여금으로 전환하면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방식이다. 당시 이러한 방식을 택한 기업들은 수없이 많고, 노동조합도 대승적 차원에서 동의하였다. 이처럼 정기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일부는 재직자 요건을 활용하여 통상임금에서 배제하는 방식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합의마저 무효라고 판단한 법원

그런데 일부 하급심 법원은 위와 같은 배경에서 체결된 노사합의를 두고 “성질상 근로기준법 소정의 통상임금에 산입될 수당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노사 간의 합의는 같은 법 제15조 제1항 소정의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달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계약으로서 무효”라는 판례를 근거로, 상여금에 일정 근무일수라는 추가적인 조건을 부가한 것은, 실질적으로 이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로서 근로기준법 제15조 제1항에 따라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비법정수당인 상여금의 지급 조건에 관한 합의는, 근로관계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계약관계의 영역에 있는 문제라는 점에서 이러한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 사적 자치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는 근로관계의 성립 여부 뿐만 아니라 강행규정에 반하지 않는 한 근로조건의 내용을 어떻게 할지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에서도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라고 정하여 이를 확인하고 있다.

법원 역시 급여 항목에 부가한 지급조건의 적법성이 문제된 사안에서,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여타의 수당 모두가 반드시 근무일수에 비례하여 지급되어야 할 필연성이나 당위성을 인정할 근거는 없다. 따라서 사용자로서는 당해 기업의 재정상태와 생산성, 근로자의 생산 기여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해당 근로자 내지 노동조합과의 협의 하에 근로의 대가로 지급될 임금의 액수는 물론, 지급조건(단순히 시간에 비례하여 지급할 것인지, 업적·성과를 반영하여 지급할 것인지, 반영한다면 그 정도 및 방법 등), 지급형태(임금지급의 기간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근로기준법 제43조 제2항은 임금의 ‘정기불’ 원칙 또한 정하고 있으나, 같은 항 단서를 통해 지급시기를 탄력화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두고 있다)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급여 항목의 지급조건을 정하는 것은 재량의 영역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이처럼 ‘수당의 지급 조건을 정하는 합의’와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는 서로 전혀 다르다. 전자는 사법상 계약관계의 영역에 있는 문제이므로 당사자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로 정할 수 있지만, 후자는 강행규정에 반하는 합의이므로 무효이기 때문이다. 일부 하급심 법원은 아마도 상여금 전액이 성질상 통상임금이었다는 전제에서 여기에 지급조건을 부가하는 것이 사실상 통상임금에 속하는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합의에 해당한 것으로 보아 지급조건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나, 근로관계의 당사자가 임의로 지급하는 어떤 수당의 지급조건을 변경함으로써 그 결과 해당 수당이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더라도, 이를 규제할 법률적 근거는 전혀 없다.


재직조건과 관련한 고정성에 대한 새로운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상여금의 통상임금성과 관련한 하급심 중에는 급여규정에 정기상여금의 지급률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고, 정기상여금의 ‘발생’을 위한 어떠한 조건도 부가되어 있지 않았으며,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업적, 성과 등과 관계없이 지급되었다는 점에서 기본급적 성격이 강하다는 전제에서 기본급적 성격의 임금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는 것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크고,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무효라고 판단한 사례도 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근로자와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임금의 지급조건을 정할 수 있음에도, 기본급에 재직자조건을 부가하여 이미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기본급 부분도 지급하지 아니하는 것을 유효하다고 보는 견해는 상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인데, 고정급 형태의 정기상여금도 일정한 금액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어 근로자의 생활유지를 위한 안정적인 수단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급과 다를 바가 없고, 이와 같이 정기상여금이 기본급에 준하는 임금으로서의 실질을 가진다고 보는 이상, 재직자조건의 유효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도 기본급과 정기상여금을 달리 취급하여야 할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르면, 위 사례에서 확인되는 상여금도 재직자 조건이 부가되어 있는 이상 고정성이 부정되어 성질상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재직조건의 유효성에 관한 견해를 달리하더라도 위 사례의 하급심 판결의 취지는 모든 임금 또는 상여금에 대하여 재직자조건을 부가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기본급적 성격을 가진 상여금(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재직자조건을 부가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이해함이 타당하다. 그래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및 정부 지침을 신뢰하고 노사간 어렵게 합의하여 안정기에 접어든 상여금제도가 향후에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조홍선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