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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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삐삐롱스타킹’이라는 밴드가 있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함께 인정받으며 당대 대중음악계를 풍미했다. 하지만 1997년 지상파 음악방송에서 낸 ‘방송 사고’를 계기로 해체의 길을 걸었다. 그때 카메라를 향해 손가락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밴드 보컬(당시 예명 고구마)이 권병준(53)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2023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다.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한 권병준은 삐삐롱스타킹에서 활동한 뒤 네덜란드 헤이그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곳에서 소리와 예술과학을 공부한 그는 관련 엔지니어 및 연구자로 일했다. 이후 귀국해 미술관과 연극 무대를 넘나들며 ‘소리와 공학이 결합된 예술’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그가 이번에 상을 받은 것도 ‘로봇’을 이용한 작품을 통해서다.
권병준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
권병준의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2023).
권병준의 '춤추는 사다리들'(2022).
권병준의 '춤추는 사다리들'(2022).
권병준은 자신이 직접 설계한 로봇들을 전시장에 내놨다. 외나무다리에서 고개를 젓거나(‘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 수도승이 절을 하듯 전시장을 걷는(‘오체투지 사다리봇’) 등 무의미해 보이는 일을 반복하는 로봇을 통해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3월 31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